[23rd SRE][Survey]가려움 '긁어준' 한신평, 투자자 화답
by김기훈 기자
2016.05.16 07:39:08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한국신용평가의 소통 노력에 대해 SRE 자문위원들이 쏟아낸 발언이다. 단순히 투자자와의 접촉 횟수를 늘리는 데만 힘을 쓴 게 아니라 투자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투자자서비스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SRE 응답자들의 생각 역시 이와 마찬가지였다. 이번 SRE에서는 시장과의 소통이 신용평가사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23회 SRE에서 신평사별 투자자 소통만족도를 묻는 설문에 한신평은 3.6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NICE신용평가가 3.45점으로 2위, 한국기업평가는 3.12점으로 3사 중 최하위에 그쳤다. 이 설문은 지난 22회 때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당시에도 한신평이 3.31점으로 1위를 꿰찼고 NICE신평(3.28점), 한기평(2.96점) 순이었다. 3사 모두 지난번과 비교해 점수가 올랐으나 한신평의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신평사별 점수 격차가 벌어진 것이 특징이다. 한신평이 지난 SRE보다 0.36점을 더 획득한 데 비해 NICE신평과 한기평은 각각 0.17점, 0.16점 상승에 그쳤다.
주목할만한 점은 직군별 응답 결과다. 한신평은 크레딧애널리스트 집단으로부터 4.06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역대 SRE 설문에서 문항 종류를 막론하고 5점 만점 기준 4점 이상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문 경우다. 그만큼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이는 한신평이 소통만족도 설문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NICE신평은 비 크레딧애널리스트 집단으로부터 3.42점을 받아 3.33점을 기록한 한신평을 눌렀지만 전체 결과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신평사와 투자자 간 소통이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다소 모호한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각 신용평가사 내에는 투자자 대응을 비롯한 대외협력 전반을 담당하는 IS(Investor Services)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사가 내놓은 보고서나 신용등급 평정 등에 대해 투자자들이 문의하면 바로 응대를 하거나 해당 부서 담당 애널리스트 등과의 연결을 중개해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지금껏 IS실이 신평사의 일차적인 소통 창구 노릇을 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이보다 더 광범위한 측면에서의 소통 확대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신평사들의 가파른 등급 하향 조정으로 불안감과 피로감이 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신평사들이 문의에 수동적으로 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투자자들과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신용등급 평가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에서 부각되는 신용등급 관련 이슈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해 투자자들의 궁금증 해소와 이해를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기업과 산업의 부실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신용등급에 반영해 시장 전체로 위험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는 신평사의 존재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SRE 자문단은 한신평이 다른 신평사들보다 소통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이런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시나리오별로 기업의 재무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제시하는 포워드룩킹(Forward Looking)을 3사 중 처음으로 보고서에 도입해 등급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시장에서 소위 ‘핫한’ 크레딧 이슈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투자자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준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한 SRE 자문위원은 “회사채시장 관계자들을 초청해 개선할 점이나 요구사항 등을 듣는 옴부즈맨 제도는 3사 중 한신평이 가장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미팅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한 회사 차원의 피드백을 담은 보고서가 미팅 바로 다음날 나와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옴부즈맨 제도가 업계 관계자들과의 단순한 친목 도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토론시간을 대폭 늘리고 여기서 반영된 부분을 빠르게 공유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SRE 자문단 사이에서는 특히 한기평의 소통 노력에 대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컸다. 평소 IS실을 제외한 대화채널을 사실상 막아 개별 기업 또는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들과의 의견 교류가 쉽지 않고 설사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더라도 정보 공유가 매우제한적이어서 신용등급과 관련한 방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등급 평정에 앞서 어떤 시그널조차 주지 않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더 커졌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등급 예측 가능성 제시를 소통의 주요 요소로 보는 투자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셈이다. 일부에선 등급신뢰도에서 오랜 기간 선두를 지키다 이번에 한신평에 역전을 허용한 것도 소통에 대한 실망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과거 옴부즈맨 제도 정착을 주도하며 시장과의 대화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한기평이기에 실망감은 더 컸다는 것이다.
NICE신평과 한기평은 이 같은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소통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잇달아 시행했다. NICE신평은 고객관리와 영업관련업무를 담당하는 BD(Business Development)본부 산하에 있던 IS실을 분리해 평가정책본부에 편입하고 명칭을 투자자서비스실로 변경하는 한편 기존 IS실에서 하던 유료회원 관련 업무는 신규 고객 영업을 담당하는 RM(Relationship Management)본부 산하에 신설되는 정보서비스팀으로 이관해 IS실이 투자자서비스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한기평 역시 평가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시장 이슈 조기 파악, 대응능력 제고를 위해 평가정책본부를 신설하고 평가기준실과 평가기획실, IS실 등 3개 부서를 산하에 두게 했다.
두 신평사는 시장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장과의 소통에 더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NICE신평 관계자는 “투자자 친화적인 관점에서 시장 이슈에 대응하는 보고서와 마켓코멘트를 더 적극적으로 낼 것”이라며 “등급 액션에서도 투자자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3~6개월 정도 전에 미리 방향성을 제시하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등급 평가의 질적 강화를 위해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편 탓에 내부적으로 피로도가 많이 쌓이면서 소통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회사 차원에서 소통에 무게를 두고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