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차이무…송강호·이성민 키운 '별들의 고향'
by김미경 기자
2015.11.05 07:36:31
대학로 대표극단…창단 20주년 맞아
유오성·문소리·전혜진·박원상 등
연기파 스타배우 산실로 부상
''늘근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
가볍지 않은 주제 맛깔나게 풀어
6일부터 20주년 연극 3편 올려
| ‘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와 제작진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대학로 예술극장 2관에 모였다. 이상우 예술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이성민, 전혜진, 박원상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차이무는 6일부터 내년 1월까지 두 편의 신작과 한 편의 앙코르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사진=극단 차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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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시대에 왜 연극을 하는지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이상우 예술감독), “차이무에서의 작업은 확실히 연기생활의 밑거름이 됐다”(배우 이성민), “2012년 ‘거기’ 이후 3년 만에 다시 배우로 무대에 선다. 차이무 단원 각자는 창작가다”(민복기 연출 겸 대표).
배우와 연출, 연극의 합이 20년을 이끌었다. 직접 쓴 대본에 진정성 있는 연기가 얹혀 이 시대의 무대언어로 우리네 삶을 차근차근 말해왔다. 스무 살을 맞은 대학로 대표극단 차이무의 저력이다. 서로의 마음이 맞물리자 ‘스타배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가난한 연극배우를 키워낸 극단에는 ‘별들의 고향’ ‘연기파 배우의 산실’이란 별칭이 붙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대학로 예술마당. 스무 살 잔치 준비가 한창인 극단 차이무를 찾아 20년 소회와 뒷얘기를 들어봤다.
◇별들의 고향이자 일터
창단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위해 극단을 찾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강신일, 이성민, 전혜진, 최덕문, 박원상 등 낯익은 배우들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 영화 ‘밀정’ 촬영으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1000만 배우 송강호나 창단 멤버 문성근, 유오성, 류태호, 여균동까지 끼었더라면 이곳이 영화 촬영장인지 대학로인지 헷갈릴 것도 같았다.
| 신작 ‘꼬리솜이야기’ 연습현장(사진=극단 차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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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차이무는 여전히 ‘별들의 고향’이자 ‘일터’다. 무명에 가까웠던 명계남, 문소리, 최덕문, 정석용을 비롯해 2008년 타계한 박광정 등 기라성 같은 배우를 길러낸 곳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으로 열연한 이성민은 “차이무는 내 젊음을 지켜주는 곳”이라며 “중년이 됐는데 아직도 이상우 선생의 꾸지람을 듣는다.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배우가 됐지만 차이무에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것이 좋은 연기일까 고민했던 시간이 지금까지 배우로 버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1997년 합류한 전혜진은 “따로 단원을 뽑지 않아서 연이 닿은 사람과 함께해 자유롭고 ‘척’이 없는 극단이라 지금껏 이어진 것 같다. 다른 극단에 있어보지 않았지만 차이무는 투명하고 공평했다. 버는 돈이 일정해도 선배라 더 받는 것 없이 대부분 공평하게 나눴다. 후배가 더 받는 경우는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회풍자 연극…차이무 색깔
1995년 차이무는 얼떨결에 생겨났다. 극단 연우무대를 창립한 이상우 예술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이 연우무대를 나와 밥벌이를 위해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중 창단했다. 이 감독은 “1995년도 작은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었는데 송강호, 유오성 이런 친구들이 밥 먹을 돈도 없어 매일 놀러와 살다시피 했다. 한 달을 그렇게 술만 먹다 보니 이렇게 살다간 망가질 것 같아 그냥 놔둬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그해 7월 북한강 어느 막걸리집에서 술판이 벌어졌고 ‘우리끼리 연극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연극 ‘플레이랜드’를 올린 것이 차이무의 시작이다. “배우 문성근과 1000만원씩 모아 2000만원으로 만들었는데 적자가 1000만원이었다. 하하”(이상우).
‘차원 이동 무대선(船)’이란 뜻을 가진 차이무의 특징은 독특한 색깔이다. ‘관객이란 승객을 태우고 재미와 즐거움이란 연료를 채워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생활언어로 맛깔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절히 버무린 재기발랄한 풍자와 해학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대표작인 ‘늘근도둑 이야기’ ‘비언소’ ‘양덕원 이야기’를 비롯해 ‘슬픈연극’ ‘바람난 삼대’에 이르기까지 풍자정신과 기발한 기법을 이어왔다. 2003년 이 감독에 이어 단원 출신 민복기가 대표직을 이어받은 뒤 따뜻한 휴먼드라마도 다수 제작했다.
◇“스스로를 창작자로 여기는 집단”
| 이상우 감독의 신작 ‘꼬리솜이야기’ 전 출연 배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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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무에는 배우의 의견을 반영한 공연 대본이 따로 있다. 강점은 배우 개개인이 다 창작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하자고 해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창작자로 여긴다.” 이 감독은 차이무의 강점을 창작자의 마인드로 꼽았다. 이어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외치는 구호가 20년째 ‘놀자 놀자 놀자’라고 소개했다.
배우 강신일도 “차이무는 번역극을 올리던 다른 극단과 달리 우리의 삶을 무대에 올렸고, 여기서 나온 연기가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연기의 바탕이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민 대표는 “같이했던 선후배가 있어 가능했다. 배우로서 다시 무대에 서는데 감회가 남다르다. 앞으로 경로당 같은 극장을 만들어 지금처럼 공연을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6일부터는 차이무가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올리는 연극 세 편을 연달아 볼 수 있다. 신작 ‘꼬리솜 이야기’(이상우 작·연출)와 ‘원 파인 데이’(민복기 작·연출), 앙코르 ‘양덕원 이야기’(민복기 작·이상우 연출)다. 신구 세대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선다.
이 감독은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극단이 오래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연출과 배우가 계속 나올 수 있는 바탕이 된다면 계속 가는 것이고 그런 힘을 소진한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 다만 사람이 오래갔으면 좋겠다.”
| ‘극단 차이무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와 제작진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대학로 예술극장 2관에 모였다. 6일부터 내년 1월까지 두 편의 신작(연극 ‘꼬리솜 이야기’ ‘원 파인 데이’)과 한 편의 앙코르작품(연극 ‘양덕원 이야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사진=극단 차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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