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전략공천은 없다” 배수진친 ‘무대’
by강신우 기자
2015.10.03 08:00: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9월30일 의원총회 직후>
‘전략공천 안 하신다는 원칙은 변함 없으신 거죠’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 의원총회 직후 발언입니다. 이날 의총은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한 친박계(친박근혜계)의 반발강도에 눈과 귀가 쏠렸습니다. 의총 직전 청와대에서 이 같은 공천제에 정면 반박을 하면서 당·청 간 충돌이라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의총장 안은 예상외로 조용했습니다. 고성이 오갈 것이라는 예상은 간단히 빗나갔습니다. 김 대표는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나 오늘까지만 참겠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비박계 한 재선의원은 사석에서 당시 분위기를 전하며 “기에 눌린 듯 조용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만큼 격앙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총 결과는 사실상 원점 재검토였습니다. 한발 물러선 겁니다.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배수진을 쳤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벼랑 끝에서 더 이상 밀리면 우리에겐 죽음밖에 없다. 배수진을 치고 협상에 임하라.’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의 회음후전(淮陰侯傳)에 나오는 말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국민공천제’로 명명해가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던 김 대표로선 사수해야 할 정치적 마지노선인 셈이죠.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김 대표. 그에겐 공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지난 18·19대 총선에서 내리 공천 탈락의 고배를 든 과거 때문입니다. 18대 땐 친이계(친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 ‘대학살’에서 피를 봤습니다. 영남권 현역 의원 62명 중 27명이 대거 물갈이됐습니다. ‘공천 쓰나미’로 불리기도 했었죠. 19대 땐 친박계가 주도권을 잡았지만 친박 대오에 서지 못해 낙천했습니다. 김 대표가 당권을 잡기 직전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부르짖었던 이유입니다.
공천 지분 싸움의 서막.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 중반을 넘나들고 당내 ‘친김(친김무성)’으로 불릴 만한 ‘호위무사’가 많지 않은 김 대표가 이번 정국을 정면 돌파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을 먼저 겪었으나 때가 아니라는 얘기죠. 그럼에도 이번 싸움이 중요한 이유는 당장 총선을 앞두고 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찍혀’떠난 모습과 겹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지, 강하게 대립각을 세울지 총선을 넘어 대권을 향한 ‘자기정치’의 출발선 밟은 그의 행보가 아직은 위태로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