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빌 그로스는 없지만…부활한 `전설의 펀드`
by이정훈 기자
2015.04.06 08:35:20
피델리티 마젤란-핌코 토탈리턴펀드 등 시장평균 상회
T.로우 헬스사이언스-야누스 콘트래리언도 최고 수익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피델리티 마젤란펀드와 핌코의 토탈리턴펀드, T로우 프라이스 에쿼티인컴펀드, 야누스 콘트래리언 등 전설적인 펀드업계의 `거함`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때 시장을 호령하다가 사령관이 바뀐 이후 주춤거렸지만, 이제 다시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1977년부터 1990년까지 투자의 전설 피터 린치가 운영해온 마젤란펀드는 한때 미국 개인 투자자는 물론이고 401k 기업 연금 운용자들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펀드였다. 2000년 8월 순자산 1100억달러를 정점으로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가 됐지만, 린치가 물러나고 제프 파인골드(44)가 후임으로 들어온 뒤 10년 이상 연속으로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총 자산은 169억달러로 급감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였던 핌코 토탈리턴펀드도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가 사퇴한 지난해 9월 이후에만 700억달러가 순수하게 빠져 나갔다. 총자산은 지난 2013년 4월 고점이었던 2930억달러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된다.
T.로우프라이스사의 대표 펀드인 헬스사이언스 펀드는 지난 2013년초 스타 매니저였던 크리스 제너가 헤지펀드 회사를 차린다면서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면서 흔들렸다. 야누스캐피탈의 콘트래리언 펀드는 덩치가 크진 않았지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러나 창업을 위해 데이빗 데커 매니저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펀드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고 말았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마젤란펀드를 이끌어온 파인골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21년간 마젤란펀드의 다섯번째 책임자다. 린치라는 거물의 빈 자리를 메우기란 쉽지 않아 처음 두 번의 후임자들은 채 4년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파인골드는 자신의 임기중에 연평균 18.8%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3년간 모두 시장 벤치마크는 물론이고 업계 평균 수익률을 웃돌았다. 올들어서도 업계 평균에 비해 2%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한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그는 모건스탠리에서 의류와 섬유쪽 담당 애널리스트와 운송업종 애널리스트 등을 맡았다. 이후 업종을 책임지는 펀드 매니저를 지냈고 리서치 담당 대표를 지냈다. 피델리티로 온 뒤에 4개의 상품을 맡아 업계 상위 12% 이내에 드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도 조금씩 쌓아갔다.
파인골드는 자산의 3분의 1 정도를 크뤼그그린마운틴, 치폴레 멕시칸그릴 등 고성장 주식에 집중 투자하고 3분의 1은 존슨앤존슨과 TJX코스 등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모두 안정적인 종목들에 투자했다. 또 나머지는 아메리칸에어라인과 젯블루 에어웨이즈 등 시장내에서 부당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는 항공주 중심으로 사담고 있다.
지난 가을 그로스가 떠났을 때 핌코 투자자들은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1971년에 설립된 핌코는 사실상 그로스와 동의어였다. 실제 그는 이 회사를 대표하는 토탈리턴펀드를 1987년부터 2014년 9월까지 혼자 이끌어왔다.
그룹 CIO를 맡고 있는 대니얼 아이버신은 “그로스가 있을 때가 없을 때나 전반적인 접근법은 거의 같다”면서도 “차이점이라고는 과거와 달리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CIO간에 투자 전략을 짜기 위한 공조가 더 강화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그로스의 개인기로 운영됐던 과거와 달라진 팀웍을 강조한 표현이다.
과거 골드만삭스에서 모기지담보증권(MBS)을 트레이딩했던 매더(46) CIO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경영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던 그는 핌코로 합류한 이후 글로벌 채권사업을 총괄했고, 핌코 인컴펀드를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로 올려놓았다.
그로스 후임으로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들어서는 3.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달러화 강세와 유럽에서의 마이너스(-) 채권금리로 인해 미국의 7~10년만기 국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급락으로 10년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가격도 비현실적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믿고 있다.
헬스케어분야 애널리스트였던 타마돈(39)은 어렵사리 펀드 매니저로 전향했다. 그는 “쉽사리 매니저로 적응할 수 있는 비법 따위는 없었다. 그냥 열심히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2013년 2월 스타 매니저 크리스 제너가 떠난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헬스 사이언스펀드를 맡은 첫 해부터 업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낸 그는 136억달러 규모의 이 펀드를 통해 지금까지 연평균 41.6%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코넬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컨설팅회사에 입사했고 아마존닷컴에서 재무쪽 일을 배웠다. 그런 뒤 다트머스대학 터크경영대학원으로 들어가 처음 경영학을 접했다.
그는 펀드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제약과 의료기기, 생명공학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종목을 고를 때에도 현금흐름이 좋고 향후 사업을 통해 현금 창출이 뛰어날 것으로 보이는 기업 중심이다. 이렇다보니 액타비스와 일라이릴리 등이 주요한 투자 기업이 됐다. 또 3분의 1은 미국 바이오 사이언스 빅4에 속하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유전치료제 대표 기업인 블루버드 바이오 등에 투자하고 있다. 타마돈은 “비용을 낮추면서도 환자 치료를 개선시킬 수 있는 서비스 능력을 갖춘 기업들을 선호한다”며 휴매나와 애쓰너헬스 등을 유망한 기업으로 거론했다.
지난 1999년부터 야누스캐피탈에서 일해온 코즈로우스키(43)는 바이오테크 붐 당시 보험업종을 커버했다. 당연히 펀드는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전임자였던 데이빗 데커와 함께 일하면서 일을 배웠는데, 그는 “당시 시장 컨센서스와 달리 철저하게 사실과 분석에 기초한 투자 결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애프랙과 버크셔 해서웨이를 추천했다.
그러다 자신의 펀드를 운용해보고자 해서 2008년초 회사를 그만 두고 시카고로 떠났다. 그로부터 3년뒤 야누스는 성공적인 그의 헤지펀드를 인수했고, 이후 코즈로우스키는 현재까지 콘트래리언 펀드를 책임지고 있다. 2011년 7월 이후 그는 연평균 16%에 이르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 3년간은 21%의 수익률로 업계 상위 1%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구조조정 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10개 미국 항공사가 4개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그는 유나이티드 컨티넨탈홀딩스 한 기업만 보유해왔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실적도 개선시켰다. 당연히 그도 큰 수익을 올렸다.
분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수 제약회사인 맬린크로트를 보유하면서 지난 2013년에 코비디언 분사로 짭짤한 수익을 챙겼다. 가치주로 엔도 인터내셔널과 같은 제약사에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