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매몰 정치 개혁 위해 ’캐스팅보트’ 제3지대 필요”[만났습니다①]

by김응열 기자
2025.01.10 08:42:28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터뷰
“이념 양극화에 거대 양당 갈등만 반복”
“제3의 세력 부재로 협치 가능성 떨어져”
“정치 개혁 위해선 소수정당 진출해야”
“’준’ 뗀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필요”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앞으로는 분권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승자독식 게임처럼 된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필요합니다.”

내년 임기를 시작하는 한국정치학회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된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올해 정치의 주요 키워드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제3지대 창출과 대통령제 개선을 위한 헌법 개정 등 특정 정당 및 인물에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윤 교수는 여야 정쟁과 행정부 발목잡기 등 기존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는 정치 개혁을 위해서라도 분권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강조한 건 제3지대 창출이다. 윤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오판뿐 아니라 정부와 국회간 협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목했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특정 정당의 ‘입법독재’와 양당 구조 체제에서 반복되는 여야 갈등 및 행정부 발목잡기를 해결하려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제3지대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게 윤 교수의 분석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31일 서대문구 명지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입법횡포’, ‘입법독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도층 국민들도 동의하고 있을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이 지나치게 정부 발목잡기를 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입법독재와 비상계엄 선포라는 두 사안을 분리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연결시켜 버렸다. 여야 협치가 그간 되지 않은 이유는 대통령에게도 있지만, 거대야당인 민주당 책임도 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열린 대선 때는 진보진영 후보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보수나 중도 쪽에서 봐도 합리적인 평가가 있었다. 지금은 유력 후보가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나 그간 보여온 행보를 보면 보수층의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정서적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점도 있다. 현 정부 들어 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며, 진보와 보수간 이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더 깊어졌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남발했고 입법부는 탄핵안을 마구 통과시켰다. 진보와 보수가 과거보다 극단으로 멀어지는 형국이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제3지대가 나와야 한다. 내가 수년 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뻤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정당이 나왔고 양당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봤다. 근데 오래 가지 못했다. 핵심은 권력의 분산이다. 정치는 승자 독식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움직이는 제3지대 세력이 커진다면 기존의 보수·진보 측 양당이 무작정 싸울 일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완충지대 역할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보다 적으면 모자란 의석수를 비례대표로 채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도입했다. 기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 득표율의 100%에 연동해 의석을 배정하는 반면 준연동형은 50%만 반영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아무 효과가 없도록 만든 제도다. 원래는 우리 국회도 독일식을 염두에 두고 군소정당에 유리하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려 했다. 그런데 거대 정당이 야합해 ‘준’이라는 말을 갖다 붙였다. 도입을 하긴 했지만 제도를 왜곡해버렸고 결국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게 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만 하면 제3정당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는 훨씬 커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법을 바꾸면 된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개헌보다는 간단하다. 선거제도 개혁은 거대양당이 합의하면 되는데, 결단을 안 하려고 하고 있다. 국회에서 변화의 결단을 해야 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31일 서대문구 명지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석·박사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한국정치학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 △명지대 국제교류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