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새해 첫 순방서 얻은 최대 성과는?

by박태진 기자
2023.01.21 12:38:22

UAE서 ‘제2오일붐’…40조 투자유치·48개 MOU체결
아크부대 찾아 “UAE의 적” 발언 논란도
스위스 다보스서 해외 CEO들과 접촉면 확대
특별연설서 공급망 복원·청정에너지 전환 강조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박8일 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마치고 21일 오전 귀국하면서 새해 첫 순방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순방은 시종 경제외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세 차례의 해외방문 일정에서 한반도 외교·안보 이슈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순방은 철저하게 경제에 올인한 것이다.

6박8일간의 UAE(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300억 달러(약 40조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게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총 48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협업해 수출계약·양해각서(MOU) 체결·투자 유치 등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가시적 성과로 이루어지도록 세밀한 후속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새해 첫 방문국으로 UAE를 선택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 정상의 UAE 국빈 방문은 1980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1970년대 ‘오일붐’으로 한국 경제가 도약했듯, ‘제2의 오일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구상으로 읽힌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뿐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 관계자들까지 100여개 업체 대표로 경제사절단을 꾸린 것도 경제위기를 수출과 스타트업 육성으로 돌파하려는 경제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13건의 MOU가 체결된 것을 비롯해 총 48건의 크고 작은 MOU 및 계약이 이뤄졌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와 달리, UAE 대통령의 ‘300억달러 투자약속’이 정상 간 공동성명(Joint Statement)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수석은 “UAE 국빈 방문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UAE와 전방위적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했다”며 “300억 달러 투자 유치, 48개의 MOU 등 역대 UAE 순방에서 최대 규모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에너지·방산 등 전통의 협력 분야를 넘어 수소·바이오·스마트팜·디지털 전환·메타버스 등 신산업까지 협력이 다변화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1호’인 UAE 바라카 원전의 추가 수주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6박8일간의 UAE(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영접나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방문지인 스위스 일정도 경제 중심으로 짜였다.



윤 대통령은 취리히에서 동포간담회를 마친 뒤 18~19일 이틀간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우리 정상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로 9년 만이었다. 특히 글로벌 기업 CEO 오찬에는 우리측 6개 그룹 총수뿐만 아니라 15개 외국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해외 기업인들에게 “제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업”, “제 사무실은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달라”며 대(對) 한국 투자 유치를 거듭 당부했다.

이어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도 공급망 강화, 에너지 전환 등을 제안하며 경제외교에 힘을 실었다.

18일 ‘한국의 밤’ 행사에서도 클라우드 슈밥 WEF 회장을 비롯해 해외 유력인사들과 접촉하면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활동에도 나섰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제외교 행보를 이어갔다”며 “9년 만에 정상으로서 대면 참석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순방에서도 ‘옥에 티’는 있었다.

지난 15일 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교참사”라는 야권과 “장병 격려 차원”이라는 여권이 맞서면서 정치 공방이 벌어졌다. 이란 측이 항의하면서 한-이란 양국이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 이란 측이 반발한 데 대해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발언은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란에 특사를 보낸다거나 다른 고위급 대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오버를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