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카슈끄지 피살' 진상 알게 될 것" 공언했지만..
by이준기 기자
2018.10.23 07:45:36
"사우디의 설명, 만족스럽지 않아"
"파견된 미국 정보요원들 곧 귀국"
 | 사진=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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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의혹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발표와 관련, “지금까지 들어온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터키와 사우디에 파견된 ‘엄청나게 재능있는’ 미국 정보요원들이 곧 귀국하는 만큼 “이틀 내에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은 사우디와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탓에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사우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떤 판단이 서든, 미·사우디 간 관계는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 유세차 휴스턴으로 떠나기 직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을 인정하면서도 몸싸움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 이처럼 답변했다고 블룸버그·AFP 통신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카슈끄지 피살 의혹 이후 사우디 왕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당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선 사우디 왕실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교체설’까지 터져 나왔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독립적 수사가 필요하며, 결과에 따라 왕세자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미 언론들은 “공화·민주 양당 간 이견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의 자체 조사 결과, 사우디 왕실의 연루 의혹이 사실도 드러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 사우디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의 압박에도 불구, 사우디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썼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을 확인할 것”이라면서도 “나는 우리나라에 취해진 모든 투자를 잃기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맹인 사우디와 빈살만 왕세자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날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응답하는 단계가 아니라 더 많은 팩트(사실관계)를 찾아가는 단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