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문vs거대토끼'..문화로 맞붙는 롯데·신세계

by임현영 기자
2016.09.08 06:30:00

롯데 ''슈퍼문 프로젝트''vs신세계 ''자이언트 토끼''
해외 작가 등 섭외해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맞붙어
"쇼핑몰의 핵심은 집객..결국 매출로 이어져"

롯데가 석촌호수에서 실시하는 ‘슈퍼문 프로젝트’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유통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004170)가 경쟁적으로 문화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각각 운영하는 대형쇼핑몰인 ‘롯데월드몰’, ‘스타필드 하남’을 중심으로 해외 유명작가의 아트 프로젝트를 같은 기간 유치했다. 여기에 양 사는 ‘옴니’ ‘쓱’ 등의 영화같은 구성의 광고로도 격돌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쓰는 개념의 쇼핑이 아닌 높은 수준의 감수성까지 충족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유통채널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7일 롯데(롯데쇼핑(023530))는 지난 1일부터 한 달간 롯데월드몰 인근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초대형 보름달 조형물을 띄우는 ‘슈퍼문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보름달 지름만 20m에 달한다. 미국 출신의 공공미술작가 그룹 ‘프렌즈 위드 유’와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신세계도 오는 9일 여는 교외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거대 토끼풍선을 전시하는 ‘자이언트 래빗, 깜짝 습격’을 유치했다. 호주출신의 작가 아만다 페러의 작품으로 2m에서 15m에 이르는 토끼조형물이 스타필드 내·외부에서 고객을 맞고있다.

이처럼 유통사들이 문화마케팅에 공들이는 이유는 고객의 문화적 니즈를 충족시켜 집객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집객은 곧 매출을 의미한다. 특히 대형쇼핑몰의 경우 부지가 넓은 만큼 사람을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쇼핑몰이 ‘소비의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얻어가는 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

양 사가 프로젝트의 주제를 각각 달과 토끼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 시민들에게 보편적인 ‘친근·따뜻함’을 자아내는 소재로 지친 현대인의 일상을 위로하는 작품인 셈이다.



이미 슈퍼문 프로젝트는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슈퍼문 전시가 시작한 이달 초부터 집계한 일 평균 롯데월드몰 방문객 수가 약 11만명”이라면서 “슈퍼문을 보러왔다가 몰에 들르는 방문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일 평균 10만명이 몰렸던 지난달보다도 많은 고객이 몰렸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스타필드에 설치된 토끼조형물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업계가 공공미술을 활용한 문화마케팅이 성공한 최근 사례로 꼽는 것은 바로 지난 2014년 ‘러버덕 프로젝트’다. 당시 롯데는 석촌호수에서 한 달간 러버덕을 전시하며 500만 여명을 끌어모았다. 러버덕은 당시 집객에 성공했을뿐만 아니라 안전논란에 휩싸였던 제2롯데월드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줬다.

문화전쟁은 공공미술뿐만 아니라 광고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양 사는 영화같은 콘셉트의 광고로 맞붙고 있다. 신세계는 올 초부터 배우 공효진·공유를 내세운 ‘쓱’광고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스타필드 하남 오픈을 앞두고 SF영화 예고편을 패러디한 광고를 선보이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실제 영화를 방불케하는 분위기에 낚인(?) 네티즌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 역시 지난 달부터 ‘내 마음대로 사는 옴니패밀리’ 광고를 공중파에 방영하고 있다.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롯데 유통사가 제공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드라마 형식으로 소개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가 돈을 쓰는 것이 아닌 도리어 ‘얻어가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는 물론 높은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마케팅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