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설 연휴에 호텔로 여행간다"…호텔업계 비수기를 뚫어라

by김진우 기자
2016.01.21 08:05:17

명절에 차례 지내지 않고 해외로 여행가거나 국내에서 휴식 취하는 인구 꾸준히 늘어
연초는 호텔업계 비수기로 객실률 떨어져…업계, 가격 낮추고 실속 높이며 불황 타개
가족, 연인,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한 패키지 등 출시하며 치열한 마케팅

△롯데호텔서울이 ‘무궁화 스페녈 디너’로 제공하는 언양 떡국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3년차 맞벌이 주부 김가희(34) 씨는 시댁에서 설을 쇠고 연휴 마지막 1박2일을 서울 시내에 있는 한 호텔에서 보내기로 했다. 남편(38)과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딸과 함께다. 시댁에서 이틀 동안 전을 부치고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시댁 식구들 눈치 볼 걸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왔지만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해 줄 걸 생각하면서 명절 증후군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작년 추석 때도 평시 반값 수준의 패키지로 호텔에서 스파와 수영장 시설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아이스링크 무료 이용권이 포함된 패키지를 활용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설·추석 등 명절에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도심 한복판에서 연휴를 만끽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풍습도 점차 간소화되고, 이마저도 하지 않고 순수하게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명절 직후 TV홈쇼핑과 백화점·대형마트에서 여성 의류·잡화 매출이 급증하는 것처럼 젊은 주부들이 ‘명절 보상심리’를 찾는 경향도 강해졌다.

호텔업계도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보낸 후 연초 객실 점유율이 떨어지는 비수기를 ‘명절 마케팅’으로 타개하려는 의도다. 호텔업계는 평소 가격과 비교해 30~50% 수준 할인된 가격에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설 패키지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설 연휴에 전년보다 20% 이상 객실 예약률이 늘어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의 설 패키지는 10만원대 중반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평시 가격이 20만원대 후반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 가격에 호텔을 이용하는 셈이다.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특급호텔인 ‘더 플라자’는 16만 8000원의 가격에 디럭스 객실 1박,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밀납인형을 전시한 그레뱅 뮤지엄 입장권 2매(5만원 상당),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및 덕수궁 입장권(각 2매)을 제공한다. 2인이 조식 뷔페도 즐길 수 있다.

특급호텔들의 설 패키지는 20만~30만원대 상품이 주를 이루는데 △만두 빚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 △스파·수영장·피트니스장 등 부대시설 이용 △테마 파크 이용권 등 다양하게 조합돼 있다. 롯데호텔서울(29만~36만원)은 설화수 스파와 수영장 등을 제공하고, 신라호텔서울(30만원부터)은 야외 욕조·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글로벌 호텔체인망인 포시즌스호텔서울(44만 5000원)은 프리미엄급 조식 2인과 15만원 상당의 레스토랑 바우처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설 명절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호텔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라며 “명절에 여행을 떠나거나 편안한 휴식을 즐기길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호텔업계도 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