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티브로드 IPO자금 어디다 쓰려나
by신상건 기자
2015.12.17 06:20:00
내년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목표
M&A실탄 마련해 씨앤앰 인수 전망
흥국생명·화재 등 금융 계열사 지원 관측도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태광그룹(003240) 계열사인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장후 확보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블 TV업체인 씨앤앰(C&M) 인수자금 마련과 그룹 주력 사업인 흥국생명·화재 등 금융계열사 자금 지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간소화절차(패스트트랙) 요건을 갖춰 심사위원회가 조만간 열릴 예정인데 결과는 이달내 나올 전망이다. 상장주관은 NH투자증권(005940)과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주관사 관계자는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2월 상장을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티브로드가 상장후 손에 쥐게 될 막대한 자금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티브로드 몸값은 최근 2개 연도 순이익(2014~2015년) 평균치 1100억원과 케이블TV업계 주가수익비율(PER) 10배를 단순 적용해도 1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티브로드 지분은 태광산업 외 5인이 79.7%,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JNT인베스트먼트 등이 20%를 보유중이다. 이 자금을 토대로 태광그룹은 국내 3위 케이블TV업체인 씨앤앰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광산업이 오디오와 가전기기 등의 사업을 접고 미디어와 금융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그룹은 티브로드를 가입자 330만명의 케이블 2위업체로 키웠다. 지난해말 업계 1위는 CJ헬로비전(점유율 29%)이 차지했고 그 뒤를 티브로드(22%), 씨앤앰(17%), CMB(10%), 현대HCN(9%) 등이 따르고 있다. 태광그룹이 씨앤앰을 인수하면 CJ헬로비전을 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선다.
최근 케이블TV업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M&A)이 케이블TV업계 재편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가입자 기반의 서비스산업인 방송·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브로드의 씨앤앰 인수 가능성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며 “LG유플러스가 현대HCN 또는 씨앤앰을 인수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등장하는 등 업계내 M&A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 자금력 있는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흥국생명·화재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보험업계에는 202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를 시가로 반영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생보업계가 2020년까지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자금규모는 약 4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업계 순이익(3조 2000억원)의 10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과거 7~10%대 확정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던 게 화근이 됐다. 또 보험사 재무 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 비율도 최소 50%씩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흥국생명 역시 이를 피할 수 없어 RBC비율 추락 등을 막기 위해 수 십억에서 수 백억원의 선제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전담팀까지 구성하면서 대응에 나선 상황이며 지난 9월말 기준 RBC비율은 금융감독당국의 권고수준(200%)를 웃도는 204%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티브로드 상장자금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최우선으로 상장을 완벽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