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노특법 맞먹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에 셈법 복잡
by최정희 기자
2024.12.09 08:34:59
안전진단 면제·용적률 등에선 노특법이 유리하나
예비시행자 구성·사업성 등은 패스트트랙이 나을 수도
분당 등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은 사실상 노특법만 따라야
"지역 여건 따라 노특법, 도시정비법 선택하게 해달라"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분당·일산 등 5개 1기 신도시에선 정비 사업(재건축)을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가 발표된 이후에도 재건축을 추진함에 있어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유리한지,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유리한지를 놓고 설왕설래다.
| 선도지구로 선정된 지난 달 30일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한양아파트(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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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특법)에 따라 재건축이 이뤄지는데 지역 상황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시행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일명 ‘재건축 패스트트랙법(도정법)’을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진단이 면제되는 노특법이 유리한 줄 알았는데 도정법에서도 안전진단 등이 크게 완화하면서 예비시행자 구성, 사업성 측면에서 도정법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노특법과 도정법은 재건축에 속도를 내게끔 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지만 대상이나 용적률, 사업성 등의 부분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노특법은 20년 이상 노후계획도시 단지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의 공공기여를 하게 되면 ‘안전진단’이 면제된다. 패스트트랙법은 준공 후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만 안전진단(명칭, 재건축 진단으로 변경)을 하면 되도록 부담을 완화했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불렸던 안전진단 측면에서만 보면 면제를 받을 수 있는 노특법이 유리하다.
노특법은 용적률을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 기본(300%)의 150%, 즉 최대 450%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선도지구가 실제로 받은 용적률(아파트)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산본 330%, 중동 350% 수준이다. 국토계획법, 도정법 등에 따르면 역세권에선 용적률이 최대 120%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360%까지 적용받게 된다. 다만 300%가 초과되면 임대주택을 훨씬 더 많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360%까지 가는 경우는 없어 용적률 측면에서도 노특법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정법은 정비구역 지정 전에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 공공시행자 및 신탁사와 시행자 지정 전 협약 등을 할 수 있다. 최우식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노특법에는 해당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노특법에서도 도정법이 동일 적용될 수 있도록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정비예정구역 단계에선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만 구성되는데 이는 사실상 봉사 단체다.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인허가를 내줄 지자체에 대응할 행정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시행자 등 업체 선정을 위한 주체가 된다”며 “재건축추진위 구성이 도정법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국토교통부는 비슷한 내용으로 선도지구를 위한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을 고시할 예정이다. 신탁사 등을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특별정비계획을 지자체와 함께 수립, 내년말 선도지구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선도지구가 아닌 구역에 대해선 어떻게 할지 미정인 상태다.
1기 신도시는 선도지구가 되지 않더라도 노특법에 따라 공공기여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안전진단이 면제되는데 분당에선 안전진단 면제는 선도지구만 가능하다고 잘못 소문이 나면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곳들이 △이주주택 전체 주택의 12% 이상 지원 △장수명 주택 ‘최우수’ 인증 △공공기여 5% 추가 제공 등 사업성을 갉아먹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차라리 도정법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성이 부족한 곳은 용적률 등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하는 노특법이 낫지만, 사업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도정법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노특법은 공공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기 신도시, 162개 특별정비예정구역은 사실상 노특법에 의해서만 재건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노특법, 도정법 등 각 지역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 재건축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노특법 외에도 개별 지역의 상황에 맞게 도정법, 소규모주택정비법 등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분당에 있는 20여개 단지는 도정법으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노특법으로 하면 단지를 몇 개 묶어서 무조건 통합해야 하는데 단지간 생각이 다르면 이들은 재건축 못하고 리모델링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노특법으로 할지, 도정법으로 할지는 지자체, 주민들의 선택에 의해서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행정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남시 관계자는 “중원구, 수정구 등 원도심은 도정법이, 분당구는 노특법으로 공간이 구분돼 버렸는데 분당구에서 도정법으로 하겠다고 하면 특정 공간에선 도정법, 노특법을 둘 다 적용받는 구간이 생긴다”며 “도정법으로 다 통합하되 특별정비예정구역에 대해선 특별법의 절차를 밟는 식으로 조정돼야 할 텐데 실제 행정상으론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결국에는 도정법, 노특법이 제도상 통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