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운전하다 접촉사고…法 "무죄" 판단 이유는

by하상렬 기자
2022.08.06 14:01:59

술 취해 차량 탑승…기어 ''D'' 놓고 잠들어 전방 차량 추돌
음주운전 혐의 기소됐지만…운전 고의성 입증 안돼 무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술을 마신 채 자신의 차량을 10m가량 운전한 혐의를 받는 3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운전행위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압구정동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연합뉴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지연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9일 오전 5시55분께 경남 창원시의 한 식당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에 탑승해 10m가량을 몰다가 주차 중이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해당 차량의 기어가 ‘D(주행)’ 상태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사고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16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판사는 “사고 당시 A씨가 운전석에 탑승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기 위해 기어를 조작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A씨가 ‘고의의 운전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차량에 비상등이 켜진 후 약 2시간 동안 전방 차량을 충격한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과 사고 당시 상당히 느린 속도로 미끄러지듯 10m를 전진해 충격한 점, 가속페달이나 핸들 조작이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