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②4차 산업혁명 날개 단 클라우드..AI와 결합
by김현아 기자
2020.11.06 06:00:00
클라우드는 효율성…빅데이터와 AI의 인프라
보안과 사고 불안 클라우드..하이브리드와 멀티가 뜬다
클라우드가 로봇, 은행, 교육을 바꾸다
데이터센터 규제완화 필요성도 제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누구나 ‘클라우드’라는 말을 한 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스마트폰을 사서 메일계정으로 몇 가지 셋팅하면 ‘클라우드 계정 용량을 얼마 제공해드리겠으니 이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한 적이 한번 쯤 있으실 겁니다. 클라우드에서 불러오기만 하면 내가 이전에 해둔 설정 그대로 모든 데이터를 옮겨와 주죠. 문자메시지까지도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그런데 클라우드라는 게 기업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클라우드는 그냥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려면 클라우드화(化)가 필수적인 것으로도 여겨집니다.
클라우드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한 시간만큼 인터넷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방식입니다. 개별 서버의 자원 사용률은 평균 10~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자원을 여러 사용자가 나눠 써서 자원의 사용률을 높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2002년 HP에 인수된 미국의 서버회사 컴팩(Compaq) 컴퓨터사가 1996년 ‘Internet solution division’이라는 전략 보고서에서 처음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용어를 썼죠.
산업적으로 키운 곳은 2006년 아마존이 저장공간 및 연산 자원 제공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나 앤두류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등을 클라우드의 창시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효율성을 추구하는 클라우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해 이세돌 9단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바둑 기보’라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덕분이죠.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한 뒤 분석해 인공지능(AI)으로 활용하려면 방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슈퍼컴퓨터나 소프트웨어를 개별 기업이 별도로 사는 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고 비효율적이죠.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초기 클라우드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AI를 위한 인프라가 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기업의 전산 자원을 아끼고 AI 같은 첨단 서비스 개발에 유용한 도구이나 불안한 점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 데이터가 클라우드 기업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유연성과 확장성, 비용 효율성을 누리면서 걱정을 더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주목받는 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멀티 클라우드입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특정 기업 내부 구성원에게만 폐쇄적으로 제공되는 사설 클라우드(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공용 클라우드(퍼블릭 클라우드)를 결합한 모델입니다. 기업이 업무 중요도에 따라 사설과 공용을 혼용해 쓸 수 있죠.
멀티 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업체에서 2개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해 하나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멀티 클라우드를 쓰면 솔루션 제공 업체 종속성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번 도입하면 바꾸기 어려운 데이터베이스(DB)와 운영체제(OS) 분야도 선택권이 강화되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은 클라우드를 데이터센터(IDC)와 연계해 필요한 각종 솔루션을 온라인으로 공급받거나 상품의 제조 단가를 낮추는 데 활용합니다.
이를테면,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실시간 제어 프로세스를 5G 기지국의 초저지연성을 활용하는 클라우드센터로 빼면 로봇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죠. 네이버가 개발 중인 브레인리스 로봇 ‘어라운드’가 대표적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7월 14일 대통령 주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IT 대표로 참여해 “지금까지의 데이터센터가 기록과 저장에 충실 했다면 미래의 데이터센터는 똑똑한 데이터센터, 즉 ‘브레인 센터’로 발전해 갈 것”이라며, 복잡한 뇌를 가진 로봇이 아닌 네트워크와 연결된 서버(클라우드)에 있는 브레인리스 로봇 ‘어라운드’를 소개했습니다.
네이버는 올해를 기업시장(B2B) 공략의 원년으로 보고 모든 기업향 서비스를 네이버 클라우드로 통합해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KT 역시 ‘KT DX 플랫폼’을 출시하며 10년간 쌓아온 클라우드 업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기업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처럼 점포 없이 24시간 365일 영업이 가능한 은행이 출현하게 된 것도 클라우드 덕분입니다. 케이뱅크와 알리바바은행에 인터넷전문은행솔루션을 공급한 뱅크웨어글로벌은 정부 지원을 받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죠. 이기정 뱅크웨어글로벌 전무는 “서민 금융 수요가 많은 동남아 중소 금융기관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의 개도국에 수출해 연말까지 1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이뤄지면서 1:N 수업이 가능한 솔루션이 필요하지만,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알서포트 서형수 대표는 “(정부의 클라우드 지원과제에 선정돼) 브라우저 기반의 교육용 웨비나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프로그램 설치 없이 브라우저만 있으면 IT를 몰라도 쓸 수 있는 동시 4채널 모드의 웨비나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이 국내에서 만개하려면 원료인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센터(IDC)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네이버, 카카오, NHN, SK브로드밴드, 구글, SAP코리아 등이 앞다퉈 확장 또는 건설 계획을 밝힐 만큼 부상하고 있죠.
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빈번한 압수수색 관행, 임대조건, 법인세·부가세 등 세금 문제 등을 이유로 국내 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쓰는 방식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감에서는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압색을 제한하거나 주차장 시설이 완비된 곳은 교통유발금을 제외하는 등 규제를 대폭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그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현실과 맞지 않는 각종 규제를 없애기 위해 규제 프리존(특구)으로 지정하거나 데이터센터와 특정 산업군을 묶어 센터클러스터를 지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