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잠재된 과학DNA 깨우자

by이수곤 기자
2016.05.19 07:47:26

[이데일리=이수곤 산업에디터]이달초 신문 한켠엔 한국 과학기술의 저력을 실감케해주는 역사 뉴스가 실렸다. 조선 개화파 오경석이 지녔던 휴대용 해시계가 일본서 발견됐다는 이야기다.지금 같은 시계가 없었던 시절 개인이 가지고다니면서 볼 수 있는 해시계가 통용됐다는 것은 당시의 높은 기술 수준을 알게해준다.세종때 개발된 앙부일구는 그당시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이른 바 원천기술 제품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흐리거나 비가올 때 시간을 잴 수 없는 해시계의 단점을 단숨에 해결한 물시계에 있다. 물시계는 11세기 중국 북송시대 수운의상대가 최초이긴 하지만 세종때 장영실이 개발한 자격루가 완결판으로 꼽힌다. 괘종시계가 추의 움직임으로 힘을 얻는 것 처럼 자격루는 물과 구슬을 동력으로해 자동적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것으로 수학과 천문학, 기계역학이 가미된 일종의 첨단 로봇 이라 할 수 있다.당시 명나라도 조선의 시계기술이 자기들보다 앞섰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중 1위지만 기술무역수지는 OECD중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원천기술이 부족하다. 과학부분 노벨상도 깜깜 무소식이다. R&D 투자비율이 높긴하지만 경쟁국에 비해선 절대액은 많지않다. 한국의 지난해 R&D 예산이 18조 9000억이었지만 중국은 13배 정도 높은 252조원 이었다. 중국의 투자액은 뉴질랜드 한해 GDP와 맞먹는 규모로 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사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향후 한국과 중국간 기술경쟁의 판세를 점치게 해준다.

이제까지 정부정책, 기업이 원천기술이나 기초과학 보다는 당장의 돈벌이에 유효한 응용기술이나 조립생산기술 개발 쪽에 집중한 면도 기술격차가 나게된 이유중 하나다.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보니 글로벌 경기가 하강할 때마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천수답 경제로 전락된 실정이다.

물론 희망도 없진않다. 국민들 뇌리속에 잠재된 과학기술 DNA를 다시 꺼집어낸다면 세종때 처럼 과학대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KAIST가 개발한 휴보가 세계 재난구조로봇올림픽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나 국내 대학생이 우주헬멧으로 미국항공우주경진 대회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우수한 과학DNA가 사라지지않았음을 보여준다.



과학기술 수준이 한나라의 생존 키워드가 된 지 오래로 어떻게 하면 잠재된 국민의 과학DNA를 광범위하게 일깨울 수 있을 지가 재도약의 관건이다.

무엇보다 장영실의 능력을 알아보고 격물치지(사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여 지식을 넓히는 것)를 국민적 문화로 조성한 것이 세종대왕 이듯이 대통령이 직접나서 과학자들을 중용하고 전국민의 과학정신을 함양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기술은 당장 실적이 나오지않는 중장기 과제가 많아 인기가 없지만 대통령이 100년 大計의 자세로 R&D 예산증액에 대해 여야를 직접 설득해야한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한 ‘수퍼스타 K’ 컨셉의 과학경연 프로그램, 드라마 ‘장영실’ 같은 문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과학자의 꿈을 가지게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술 더떠 작은행복에 만족하고 모험을 하지않으려는 사회전반에 도전의식을 새로 불어넣는 것도 급선무다. 일본이 ‘ 1억총활약상’이라는 장관직을 만들어 사회전반의 무기력 증세를 개선시키고 있듯이 우리 국민의 잠재된 과학기술 DNA를 일깨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이 50년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듯이 앞으로의 50년은 과학중흥을 통해 왠만한 경제충격에도 굳건히 견디는 ‘기술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기간이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