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금연자 천국' vs 광진구 '흡연자 천국'

by김정민 기자
2015.01.13 08:18:03

서울 자치구마다 금연 정책 온도차
강남3구 25개 자치구 중 금연 단속 실적 1,2,3위 차지
단속 꼴찌 광진구는 흡연 민원 지역에 실외 부스 설치
"흡연자도 유권자..지자체장 의지 따라 단속실적 엇갈려"

[이데일리 김정민 고재우 기자] 금연구역 확대로 흡연자들의 설 곳이 크게 줄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흡연자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 차이는 크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는 한해 1만8000건에 달하는 금연 단속 실적을 올리는 반면 광진구는 200여건에 불과하다. 단속 인력도 편차가 심하다. 서초구는 금연 단속 전담인력이 18명인 반면 중·강서구 등은 시간제 단속원 1~2명이 전부다.



‘금연 자치구’로 불리는 서초구는 지난해 말 현재 적발한 금연구역 위반 건수는 1만7628건이나 된다. 지난해에는 한해 동안 2만172건을 적발했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금연 단속 실적(2만4039건) 중 83.9%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금연 단속 강화에 동참한 자치구들이 늘어나면서 10월 말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3만1697건의 금연 단속이 이뤄졌다. 같은 기간 서초구가 올린 단속 실적은 1만4811건. 전체의 46%다.

서초구는 올해 들어 강남대로 금연구역을 555m 연장했다. 강남역 8번 출구부터 우성아파트 사거리까지 1489m 내에선 거리 흡연이 금지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오는 3월까지는 홍보와 계도를 통해 금연구역이 확대됐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인지하도록 돕고, 본격적인 단속은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연 단속 건수는 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구(1226건)와 송파구(1686건)가 나란히 2,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양천구(1105건)다. 단속 실적 상위 자치구들은 유흥가가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거나 주민들이 학교 및 학원 주변 등 금연구역 내 흡연에 대한 거부감이 큰 지역들이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광진구의 금연 단속 실적은 199건으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다. 광진구는 금연구역 위반 민원 차단을 위해 단속 대신 흡연실을 설치,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했다. 광진구는 강변 동서울터미널 호남선 실외 흡연 부스에 이어 지난해 말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역 2번 출구에 흡연실을 추가로 설치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흡연 부스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설치했다”며 “업체가 광고와 자판기 수입을 가져가는 대신 청소 등 관리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또한 흡연자들이 몰리는 을지로입구역 주변에 흡연 부스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을지로입구역 7, 8번 출구 방면은 관광객 등 유동인구 흡연으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곳이다.

흡연 지옥인 서초구는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하는 구민들에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외제약이 운영하는 중외학술복지재단과 손잡고 금연 클리릭에 등록해 금연에 성공한 흡연자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2등 3명에게 100만원, 3등 10명에게 20만원씩이 주어진다. 포상 기준은 금연 상담 출결 횟수, 니코틴 검사 결과, 금연행사 참여율 등이다. 서초구는 이밖에 3월 금연 발대식, 신체활동 지원, 금연가족 걷기대회 등 다양한 금연 힐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흡연 자치구나 금연 자치구냐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금연 단속을 철저히 시행하면 흡연자들이 항의하고 반발한다”며 “흡연하는 구민들도 유권자인 만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자료: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