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이데일리문화대상] '마에스트로'냐 '가왕'이냐…치열했던 '그날들'

by양승준 기자
2014.02.11 08:53:28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4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2014 이데일리 문화대상’(이하 문화대상) 첫 대상을 향한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가왕’ 조용필이 대상 트로피를 두고 박빙의 경합을 벌였다. 깊이와 넓이의 대결이었다. 승부를 가른 건 심사위원 점수(60%). 콘서트·뮤지컬·연극·클래식·무용·국악/전통 등 공연예술 6개 부문에 위촉된 심사위원 37명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신의 손짓’에 더 주목했다.

▲괄목상대 서울시향 대상 우뚝…무대혁신 이끈 ‘가왕’ 콘서트부문 최고작

대상은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끈 ‘정명훈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 9번’(지난해 8월 29일·예술의전당)으로 결정됐다. ‘깊이’에 더 높은 점수가 갔다는 뜻이다. 클래식부문 심사위원인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들었던 ‘말러 교향곡 9번’ 가운데 가장 위에 올려놓아도 좋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능숙한 곡 해석과 일취월장한 서울시향의 기량이 만나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어렵기로 유명한 말러 교향곡 9번을 탁월하게 요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래식부문 1분기 우수작으로 꼽힌 ‘하이팅크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르스의 피아노협연’이나 2분기 우수작인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 샤를 뒤투아’ 등 수준급 해외 클래식 공연을 뚫고 서울시향이 조명받은 이유다.

대상 선정 때 일반인의 온라인투표(40%)에서 1위를 한 ‘가왕’의 존재감도 빛났다. 콘서트부문 최우수작인 조용필의 ‘전국투어 콘서트’는 음악으로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바운스’까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른 ‘히트곡 메이커’의 힘이다. 유명세로만 최우수작에 선정된 건 아니다. 최첨단 신기술로 공연예술의 진화를 보여줬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EAW 어답티브 퍼포먼스’(스피커에 각을 주지 않고도 음향 손실 없이 소리가 전달되는 시스템)를 사용해 한국콘서트 연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뮤지컬 ‘위키드’부터 ‘가왕’ 조용필까지. ‘2014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발굴한 지난 한 해를 빛낸 공연예술이다.


▲’레미제라블’ 잠재운 ‘위키드’·진정성 ‘일곱집매’ 최고작으로



‘장발장’이냐 ‘초록마녀’냐. 콘서트 못지않게 최우수작 선정의 각축장이 됐던 부문이 뮤지컬이다. 1분기 우수작인 ‘레미제라블’과 4분기 우수작인 ‘위키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작이었기 때문. 결국 심사위원들은 ‘위키드’(공연 중·샤롯데씨어터)를 최우수작으로 꼽았다. “공연예술로서 화려함과 메시지를 동시에 갖췄다”고 판단했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집어 현실 속 편견을 들춰낸 참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녹색 LED 조명과 350여벌의 의상, 54번의 무대 전환 등의 연출력도 일조했다.

2분기 우수작인 ‘일곱집매’는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성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연극부문 최우수작에 꼽혔다. 지난해 연극계는 풍성했다. 1분기 공동 우수작인 ‘3월의 눈’ ‘염쟁이유씨’를 비롯해 3분기 우수작인 ‘광부화가들’, 4분기 우수작인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등 여러 좋은 작품들이 무대를 빛냈다. 이중 ‘일곱집매’는 정치적인 연극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각을 보였다. 한국의 가난했던 여성들이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던 역사를 정면에서 응시한 수작이다.

▲전통 재해석해 최고된 ‘신들의 만찬’·‘오정해·김동규’

무용부문은 국립무용단의 ‘집안싸움’이었다. 국립무용단이 선보인 3분기 우수작 ‘신들의 만찬’과 4분기 우수작 ‘묵향’이 최우수작 경쟁에 압축됐다. 심사위원들은 전통무속의 강렬한 선과 색채를 새롭게 해석한 몸짓(‘신들의 만찬’)과 무대와 의상에 현대를 입힌 세련된 연출(‘묵향’)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신들의 만찬’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국악/전통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4분기 우수작 ‘오정해·김동규 송년특별콘서트’는 국악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두각을 보였다. 국가브랜드 창극 ‘청’과 ‘춘향’의 작곡자이자 음악감독인 이용탁이 지휘하고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무대는 그윽하면서 강렬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2분기 수상작인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도 독창성으로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영원한 현역’ 백성희부터 나경원까지…공연예술 빛낸 특별한 인물

좋은 공연 발굴뿐 아니라 창작자와 예술인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시상식이 문화대상이다. 그만큼 공헌상의 주인공에 대한 고민도 컸다. 문화대상은 고민 끝에 한국연극의 산역사인 원로배우 백성희를 선정했다. 60년 넘게 무대를 지키며 연극의 진정성을 길어 올린 공을 인정했다. 김선정 단국대 무용과 교수는 지난해 ‘십이, 후’로 소통의 몸짓의 진가를 보여줘 젊은예술가상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나경원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장은 ’평창뮤직페스티벌’과 ‘슈퍼멘토링콘서트’ 등으로 장애인에게 유명 예술가의 수준 높은 공연관람 기회를 주고 교육의 기회까지 제공한 점을 인정받아 장애인공연기획상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