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소변 보고 여자(女子) 봐도 무덤덤…

by조선일보 기자
2009.06.15 09:51:00

일(日) 화장하는 ''초식남(草食男)'' 급증

▲ 일본의 배우이자 가수인 초난강. 초난강처럼 얼굴 화장을 하는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이 ‘초식계 남자’의 특징이다.
[조선일보 제공] 그들은 토요일 밤이면 거리로 방목(放牧)된다.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곱게 화장한 얼굴에 진한 향수 냄새를 풍긴다. 차림만 보면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여성들로 보이나, 이들은 남성들이다. 일부에서 "도대체 일본 남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고 개탄하게 한 이들은 이른바 '초식계 남자(草食系男子)'. 2006년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붙인 이름이다.

'초식남(草食男)'은 직장을 찾거나, 결혼해서 애 낳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연애와 성(性)에도 대체로 무관심하다. 여자와 밤새 같이 있어도 손 한번 잡지 않기도 한다. 일본에선 10년 만에 처음으로 콘돔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초식남들은 그러나 옷과 화장품에는 여성 못지않게 돈을 쓴다.

주로 '엄마'와 같이 살며, 소변도 앉아서 본다. 욕실용품 전문회사인 마쓰시타 일렉트릭은 일본 성인 남성의 40% 이상이 앉아서 소변을 보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브래지어를 착용하기도 한다. '위시룸'이라는 속옷회사는 최근 5000여개의 브래지어를 팔았다. 위시룸 사장 쓰치야 마사유키는 "남성이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브래지어를 하면 좀더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초식남은 일본의 경제 성장을 일궈온 아버지 세대가 보여준 전사(戰士)와 같은 투지와 직장과 가족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거부한다. 경쟁도 싫어한다. '일본을 바꾸는 여성 같은 초식 남성'이라는 저서를 낸 홍보회사 '인피티니' 사장 우시쿠보 메구미는 "20~34세 일본 남성 중 3분의 2가 초식남"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3일 초식남의 발생은 일본의 경제 성장 및 퇴락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열심히 일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하게 됐다는 것이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상대적 빈곤율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35세 중 80% 이상이 '가난'의 기준으로 보는 연봉 200만엔 수준을 받는다.

초식남들은 설혹 결혼을 해도, 남자만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사(家事)도 나눠서 한다. 사회학자 가와니시 유코는 "일본 남성은 남성우월주의, 성차별주의자라는 악명이 높았으나, 이제 숨겨진 여성으로서의 성을 발견해 가사를 돕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