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불가피한 조정?

by지영한 기자
2009.04.15 08:52:54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14일(현지시간) 모처럼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 지수 8000선이 깨졌고, S&P 500 지수는 2% 넘게 떨어졌다. 3월 소매판매가 예상밖으로 감소한데다, 골드만삭스가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급락세를 보인 점이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주식시장 마감 직후 1분기 순이익이 시장의 전망치를 2배나 웃돌았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 자리에서 구제자금 상환을 위해 5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상증자는 주식의 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에 주가에는 악재성 재료다. 이 때문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오늘 12% 가까이 급락했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급락하자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라이언 데트릭 새퍼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Schaeffer's Investment Research)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에는 (골드만삭스처럼) 다른 은행들도 구제자금 상환을 위해 증자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이날 뉴욕증시 하락에는 급등 부담도 한 몫했다. S&P 500 지수의 경우엔 3월 저점에 비해 27%나 급등한 상황이었다. 에릭 그린 펜 캐피탈 매니지먼트(Penn Capital Management)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많이 오른 것이 최근 주식시장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제상황도 분명 좋지 않기 때문에, 최근 주가가 적정 수준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익실현 압력이 커진 가운데 때를 맞춰 부진한 경기지표가 발표되자 오늘 뉴욕증시엔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3월 소매판매의 경우엔 지난 2개월간 개선추이를 보여왔기 때문에 증가세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1.1% 감소세로 나타났다.

크리스 럽키 도쿄미쓰비시UFJ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소비회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늘 발표된 지표들은 리세션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죠슈아 샤피로 MFR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생각이다. 가계의 봉급은 오르지 않고, 대출은 엄격하고, 집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가 늘어날 형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조지타운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및 은행구제정책,주택시장 안정책 들이 개선 조짐을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같은 개선조짐이 고무적이고 환영할만 하지만, 어려운 시기가 끝난 것은 아니고, 오히려 미국경제가 올해도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션 심코 SEI인베스트먼트(SEI Investments) 주식운용담당 헤드도 비슷한 생각이다. 경제지표든 기업실적이든 데이터들이 들쭉날쭉해 미국경제가 아직도 숲(리세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싶다고 말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너무 서두르거나, 앞서나가려는 경향에 있는데, 이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