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평수로 갈아탈 땐 과감하게 내질러라”

by조선일보 기자
2006.09.28 09:07:57

<4> 내지르기 & 갈아타기
30대 30평, 40대 40평 신혼때 아내에게 약속 현금서비스로 계약금
중도금은 퇴직금으로… 41평 갈아타기 성공 2배 올라 6억집 마련

[조선일보 제공] 김공욱씨<35세>

25평 전셋집 3년 거주→22평 전셋집 2년 거주→24평 아파트 분양·3년 거주→2007년 41평 아파트 갈아타기→?

결혼 9년차인 김공욱(35·삼양식품)씨의 내집마련 작전은 ‘내지르기와 갈아타기’다. 신혼살림을 전셋집에서 시작한 평범한 샐러리맨이 할 수 있는 과감한 분양전략과 큰 평수 갈아타기가 순항 중이다.



◆부단한 연구와 결심

98년 3월, 김씨는 결혼자금 5000만원으로 서울에서 25평짜리 작은 전셋집을 구했다. 당시 은행 대출금리는 연 20% 안팎.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신규 분양 아파트에 눈을 돌렸다. 계약금을 넣고 입주 때까지 중도금을 나눠서 내기 때문에 큰 돈이 없어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아파트부터 보러 다녔다. 마침 일반 분양으로 서울 종암동 24평형 아파트가 1억3100만원에 나와 있었다.



당시는 집값이 폭등하기 전이었다. 같은 평형의 주변 시세가 8100만원 정도여서 집값은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주위에선 “신혼인데 1억 넘는 아파트에 살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에겐 이 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것이란 확신이 섰다.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고 1260가구 대형단지인 데다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새 아파트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주택이 많이 보급되면 헌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금리 역시 큰 변수였다. 1년 만에 은행 대출금리는 절반으로 떨어져 14%대에 불과했다. 얼마 못 가서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인 5~6%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 이거다’ 싶었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음을 굳게 먹고 행동에 옮겼다. “결코 후회 하지 않으리.” 그는 더 이상 주변에 묻지 않고 계약서를 작성했고, 다음날 카드 현금서비스로 계약금 1310만원을 치렀다. 중도금 2000만원이 모자라자 회사(부동산 회사)에 사표를 내고 퇴직금으로 메운 뒤 다른 직장(삼양식품)을 구했다. “3년간 은행에 낸 이자가 총 1700만원인데, 집값은 두 배나 올랐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죠.”


▲ 김공욱씨는 주말이면 종암동 S아파트 공원에서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다. 김씨는 이 아파트를 내년 초쯤 팔고, 월곡동의 41평 아파트에 입성할 계획이다.
◆과감한 갈아타기 시도

2003년 6월, 마침내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결혼할 때 아내에게 20대엔 20평, 30대엔 30평, 40대엔 40평에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때는 곧 왔다. 작년 초 정부에서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식었다. 여기저기서 급매물과 미분양 아파트가 쏟아졌다. “내집 마련할 때 최대의 적(敵)은 고정관념입니다. 주식처럼 부동산도 가격이 폭락할 때가 바로 투자할 때이죠.” 집근처 아파트를 눈여겨 보던 그는, 당시 미분양으로 나와 있던 월곡동 41형평 아파트를 3억6200만원에 건졌다. 뉴타운이란 개발 호재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금 이 아파트는 6억원을 웃돈다. “내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최대 쇼핑이잖아요. 확신이 서면 과감히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