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쌍용건설 "이젠 진짜 남남"

by윤진섭 기자
2006.04.20 08:40:18

쌍용양회, 쌍용건설 30여년만에 계열 분리
매각 앞둔 쌍용양회, 건설전문그룹 모색 쌍용건설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옛 쌍용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쌍용양회(003410)와 쌍용건설(012650)이 남남이 됐다.

지난 77년 10월 쌍용양회 건설사업본부로부터 독립해 쌍용종합건설 설립 이후 유지해왔던 모(母)회사와 자(子)회사의 관계가 30여 년 만에 정리된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는 최근 공시를 통해 쌍용건설을 계열회사에서 제외했다.
쌍용양회는 “지난 2005년 11월 30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적용이 해제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2006년도 신규 선정한 기업집단(쌍용양회) 지정 통보시 쌍용건설을 제외, 이에 따라 계열회사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쌍용양회와 쌍용건설의 관계자는 종전 모회사-계열회사 관계에서, 쌍용양회가 쌍용건설 주식을 6.13%(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소유한 주주로만 남게 됐다. 

과거 쌍용양회와 계열사였던 쌍용건설은 97년 당시 자산총액 16조4570억원으로 재계 서열 6위였던 쌍용그룹의 대표적인 캐쉬카우(현금 창출원)였다.

그러나 쌍용양회와 쌍용건설은 IMF 외환위기에 쌍용자동차가 부실화되면서 쇄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그룹의 모회사인 쌍용양회를 포함한 계열사들은 모두 1조7665억원의 쌍용차 부채를 떠안았다.

특히 쌍용건설은 쌍용차 부채 1600억원과 함께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발주처의 미수금 3700억원까지 떠안으면서 99년 3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이 같은 부침 속에 과거 쌍용그룹 계열사 중 김성곤 창업주의 직계가 경영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은 쌍용건설뿐이다. 과거 쌍용그룹의 오너였던 김석원 전 회장은 지난 2월 14일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맺었던 회사운영에 관한 주주간 계약이 해지되면서 경영권을 공식적으로 상실했다.



반면 김성곤 창업주의 차남인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98년 채권단의 요청으로 CEO가 된 뒤 전문경영인으로 입지를 다져오다 지난 3월 19일 대표이사에서 회장으로 추대됐다. 특히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대표이사 재임기간 동안 98년 자본잠식 상태로 77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를 5년 8개월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년째 매출 1조원을 훌쩍 넘긴 회사로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쌍용건설은 2004년, 쌍용양회는 2005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등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상태에서 현재 매각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근 쌍용양회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양회 주채권은행을 신한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꾸는 절차가 끝나는 대로 매각 가격이나 물량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지분은 채권단(46.14%)과 일본 태평양시멘트(30.50%)가 나눠 갖고 있다.

채권단 지분은 산업은행 13.81%, 신한은행(옛 조흥은행) 12.45%,서울보증보험 10.54%,자산관리공사 9.34% 등이다. 태평양시멘트는 채권단 지분 매각과 관련,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쌍용양회와 달리 쌍용건설은 독자경영의 가능성이 크다. 매년 5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로 거듭난 쌍용건설은 인수자금 규모가 5000억원 내외로 이르면 하반기에 매각 작업 착수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쌍용건설은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2003년 종업원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320억원을 출자해 19%의 지분을 갖고 있고, 특히 캠코 등이 보유한 주식(50%) 가운데 최대 24.72%까지 우선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 등을 적극 활용할 경우 총 44%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될 수도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과 경영정상화를 거치면서 쌍용양회 등과는 별개회사로 독자경영을 해왔다"라며 "사실상 옛 쌍용그룹 창업주의 직계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로, 이번 계열 분리를 통해 쌍용건설그룹으로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