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황제 "제주의 2박 3일"

by조선일보 기자
2004.11.15 09:03:50

빨랫감 챙겨 직접 맡기고
팬이 감귤 까주자 "땡큐"

[조선일보 제공] 카리스마보다는 인간미가 넘치는 황제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카리스마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대스타의 또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골프코스가 아닌 곳에서 만난 우즈는 너무도 평범한 이웃집 청년같았다. 지난 12일밤 전용기 걸프스트림Ⅳ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린 우즈의 복장은 ‘빈티지 스타일’의 청바지와 니트셔츠였다. 주최측 관계자가 “보스턴백이 무거울 테니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그냥 내가 들겠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580만원이 넘는 롯데호텔 로열스위트에 도착한 우즈는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속옷 등을 손수 따로따로 챙겨 비닐봉투에 나눠 담았다. 대회 때 입을 옷과 평소에 입을 옷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물론 빨래할 옷도 직접 챙겨 호텔에 맡겼다. 우즈를 관리하는 스포츠마케팅업체 IMG관계자가 “아내(엘린 노르데그렌)에게 전화해야하지 않느냐”며 한국과 미국의 시차에 대해 설명하자, “이미 계산을 하고 왔다”며 “시간에 맞춰 전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즈는 호텔측이 침대시트에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을 보고는 감격스러워 했다.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유머로 한국팬들에게 처음 인사를 건넨 우즈는 방으로 돌아가 티본 스테이크 한덩이와 브로콜리를 잔뜩 먹었다. “체력을 유지하려면 잘 먹어야한다”는 것이 우즈의 지론. 우즈는 브로콜리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1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 우즈는 이튿날인 13일 오전 5시에 호텔 헬스클럽을 찾았다. 너무 이른 시간에 움직이는 바람에 근접경호원 2명만이 함께 했다.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매일 거르지 않는 일과이자, 시차 적응을 위한 방법이었다. 우즈는 프로암 9홀을 마친 뒤 동반자들의 안내로 라온GC 클럽하우스 앞의 동굴에 들어가 남녀의 성기 모양을 닮은 ‘남근석, 여근석’을 봤다. “새신랑이 이거 만지면 애를 많이 낳을 수 있다”는 농담에 멋적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우즈는 13일 밤 제주호텔에서 열린 전야제 행사에서도 경호원들의 통제가 있긴 했지만, 팬들과 어울려 함께 사진을 찍으며 팬들을 편안하게 대했다. ‘미국식 사고’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우즈는 여유있게 받아넘겼다. 한 참가자가 감귤을 까서 “먹어보라”고 권하자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고 “땡큐”와 함께 귤을 받아먹었다. ‘돌하루방’을 선물받고는 몽고메리에게 “어제 봤던 남근석 닮지 않았느냐”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우즈는 한국의 골프 상황에 대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한국에선 미LPGA투어가 PGA투어보다 더 인기가 있다”는 설명에 “KJ(최경주)가 PGA투어에서 이룬 업적이 엄청난데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타이거 우즈의 대단한 점은 골프 실력만큼이나 겸손한 인간성”이라며 “그는 스타이기에 앞서 최고의 젠틀맨”이라고 평가했다. ‘젠틀맨’ 우즈는 비바람이 몰아친 제주에 훈훈한 정을 남기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