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의 1로 쪼그라든 韓..해외서 돌파구 찾는 ESS업계
by하지나 기자
2023.05.24 08:00:00
작년 국내 ESS 설치량 0.2GWh..2018년 3.8GWh
잇딴 화재로 시장 위축..4차례 조사 불구 사고 원인 불명확
ESS용 배터리 韓 시장점유율 55%→14.8%로 축소
업계 "안전 기준 강화뿐 아니라 활성화 대책도 필요"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잇딴 화재로 위축된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서 ESS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ESS 설치량은 0.2GWh에 불과하다. 2018년 3.8GWh가 설치됐던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국내 ESS 시장이 고사 상태에 내몰린데는 반복된 화재 탓이 크다. 지난 2017년 이후 국내에선 총 39건에 달하는 ESS 관련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4차에 걸쳐 사고 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실질적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최근 10건의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4차 조사위의 경우 최종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기업과 정부간 입장차가 커 추가 실증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등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고 발생에 대한 명확한 원인을 찾으려면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실증 실험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ESS가 신재생에너지와 필수불가결한 관계라는 점을 들어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날씨가 큰 변수로 작용하면서 일정하게 생산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ESS이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1년 110억달러에서 2030년 26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가들은 ESS 시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중장기 ESS 로드맵을 마련해 2030년까지 대규모 장기 에너지저장장치의 비용을 90% 감축하고, 다양한 ESS 기술에 대한 투자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영국은 ESS의 보조서비스 이용 요금 부과 기준을 개정해 보급·확산을 장려하고,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현재 50%에서 2030년 60%까지 상향하면서 ESS 설치 확대가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도 국내 대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 통합(ESS System Integration·ESS SI) 전문 기업인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애리조나주에 3조원 가량을 투자해 16GWh 규모의 ESS용 LFP(리튬인산철)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첫 ESS 전용 생산 공장이다. 삼성SDI도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15% 높인 ESS 전용 셀을 올해 하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올해 4월 영국 보틀리 지역에 1200억원 규모의 ESS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 전세계 ESS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5%에서 지난해 14.8%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ESS 시장 확대를 위해선 ESS 안전 기준 강화 뿐만 아니라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태양광, 풍력 연계형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2021년 종료됐고, 전기요금 특례할인제도 역시 가중치가 점차 축소되면서 2026년 3월 이후 완전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 사용이 많은 기업의 경우 ESS를 설치해 전기료 절감 효과가 컸는데 이런 부분의 혜택이 사라져 다들 투자를 꺼리고 있다”면서 “정부가 계통안정화용 ESS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