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百 “미술품 사러 오픈런…MZ세대 공략”

by윤정훈 기자
2022.10.07 08:46:01

신세계백화점 1조원 규모 국내미술시장 공략
강남점 3층 리뉴얼 후 2020년부터 아트비즈니스 시작
MZ세대 컬렉터 증가하며 ‘오픈런’ 하기도
NFT 작품 발매 등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시도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도도새’를 그리는 김선우 작가는 인기가 많아서 작년에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날이면 100여명의 고객들이 오픈런(매장이 문열기 전에 줄을 서는 것)을 하기도 했어요.”(윤준 신세계백화점 미술관팀 팀장.)

신세계(004170)백화점이 1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미술시장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하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새로운 축인 MZ세대 고객을 유치해 백화점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미술작품의 온라인 판매,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접목한 작품 출시 등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윤 팀장은 6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기자와 만나 “김 작가처럼 미술계에서 입지가 있는 젊은 작가 중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역의 ‘문화 사랑방’ 역할이었지만 국내 미술 저변이 확대되면서 2020년부터는 작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1일까지 프린트베이커리와 협업으로 진행한 ‘피지컬 투 디지털 전(展)’이 대표적인 실험적 프로젝트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은 미술계 및 NFT에서 활약하는 김선우, 하태임, 문형태 등 10명의 작가 판화와 NFT 총 20점을 한 세트로 1000만원에 판매했다.

윤준 신세계백화점 미술관팀 팀장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은 Alex Katz, Dancer, silkscreen, 153x92cm, 2019(사진=윤정훈 기자)
윤 팀장은 “올해 상반기 NFT 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임에도 완판에 가깝게 판매했다”며 “NFT 시장이 회복되면 지속적으로 미술작품과 NFT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0년 8월 강남점 3층을 리뉴얼하면서 이 공간에 미술 작품 전시를 시작했다. 3층에 있는 해외패션 브랜드를 보러왔던 고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미술작품을 보러왔던 고객은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혜인 신세계백화점 미술관팀 매니저는 “50~60대가 미술품 시장의 주요 고객이었다면 최근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수집가의 연령 폭이 넓어졌다”며 “방탄소년단 랩몬스터(RM)나 빅뱅의 탑, 지디, 태양의 컬렉션을 보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사려는 MZ세대 입문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8억원 이상에 팔리기도 했다. 국내작가 중에서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의 작품이 꾸준히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역 신진작가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1995년 시작해 올해로 23회를 맞은 광주신세계미술제다.

주 매니저는 “광주 신세계미술제는 박수만, 윤남웅 등 90여명의 지역 작가를 배출하는 등 지역의 유능한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본점을 비롯해 광주, 부산, 대구, 대전 등 갤러리는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은 작가를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사업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는 ‘2021 쓱데이 에디션 페어’를 개최하고 쓱닷컴을 통해 신세계갤러리가 직접 큐레이션한 미술 작품을 판매했다. 기존 온라인 페어가 저가 작품 위주였던 것과 달리 신세계는 알렉스 카츠, 줄리안 오피, 무라카미 다카시 등 현대미술 거장의 판화작품을 판매한 것이다. 이는 미술품 수급부터 판매 후 설치까지 할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역량과 쓱닷컴간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 지분 투자에 이어 올해는 인수를 타진하는 등 미술사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윤 팀장은 “신세계의 비즈니스와 서울옥션의 시너지는 구체화 한 것은 아직 없다”면서도 “인수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결합할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