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硏 “미중 분쟁에 반도체 모호 중립 어려워져…중대 결정 필요”

by김형욱 기자
2022.05.01 11:00:17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피할 수 없지만…
미중 분쟁 극적 해소 가능성 염두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이 미중 분쟁과 이에 따른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결성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지금까지의 모호한 중립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미국 반도체 동맹 참여 긍정 검토를 전제한 신중하고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산업연구원 신산업실(김양팽 전문연구원)은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정책 리포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을 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독립을 위해 반도체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자 중국을 뺀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구상하며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했다. 이 여파는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 전 세계 주요 업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지원책과 주요 반도체 기업 투자계획을 고려했을 때 2025년이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 TSMC는 지난해 미국 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일본과 유럽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보고서는 이어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우리 반도체 산업 국제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주요국 반도체 지원정책이 생산공장 위주여서 메모리반도체에는 직접 영향은 없지만, 파운드리 공급 과잉 땐 단가 경쟁 속 메모리반도체까지 위탁생산화하면서 우리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반도체산업 지속 성장을 위해선 신중하고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제언이다.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은 서로 우리가 자국과 함께하기를 직·간접 요청하고 있지만 우리 산업 구조상 생산 땐 미국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어느 한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까진 메모리 반도체 대체 생산국이 없어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엔 애매모호한 중립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반도체 동맹은 피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동맹 불참 땐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번성하던 일본의 반도체산업도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조치로 쇠퇴하기 시작해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동맹 참여에 긍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대(對)중국 수출 중단에 따른 타격 역시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대체 수요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만 미중 분쟁 극적 해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반도체 동맹 참가는 필요하지만 여기에 ‘올 인’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이후 중심국이 되려면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K-반도체 전략에서 제시한 대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선 이를 위해 경쟁국에 준하는 자금·세제지원과 관련 정책 보완을 검토하고 우리기업뿐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한 세제 지원과 인프라 확충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