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20.05.25 06:00:20
코로나19가 가져온 ''약국의 재발견''①
"마스크 부족 공포 느낀 국민 안심시키는 게 힘들어"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하면 줄서는 일 없었을 것”
코로나19로 이비인후과, 소아과 매출 70%까지 줄어
[이데일리 류성 기자] “‘약국의 재발견.’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이 새삼 존재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대표적인 곳이 약국이다. 약국들은 지난 2월부터 넉 달째 정부를 대신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 업무를 맡아 묵묵히 수행하면서 공적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국 약국 네트워킹은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데 있어 최일선 보루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 약국 2만3000여곳 가운데 95% 이상인 2만2100여곳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자임하고 있다.
3만2000여명에 달하는 약사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약사회의 김대업 회장을 22일 이데일리가 만났다. 김 회장은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 업무를 맡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서 날마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약사들을 생각하면 언론에 회장이 오르내리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회장은 그간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코로나19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마스크 판매 초기 코로나19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은 가히 공포 수준이었다”면서 “이런 공포심을 잠재우고 질서 있게 공적 마스크를 분배하는 과정에서의 대응이 가장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김 회장은 현재 종이로 돼 있는 건강보험증을 대체할 수 있는 ‘모바일 건강보험증’ 도입에 대해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도입됐더라면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 긴 줄이 생겨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약국의 공적마스크 판매대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큰 결단이 필요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면서 힘들어하는 약사들로부터 원망도 많이 들었다. 심지어 어느 한 약사로부터는 ‘마스크가 부족해서 하루하루 약국문을 열기가 겁이 난다. 더이상 견뎌내기 힘들다. 죽고 싶다’는 문자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국가 재난사태에 방역물자 공급이라는 가장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보건의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확신했기에 한치의 흔들림없이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다른 어느 기관이 아닌 약국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는 측면에서 큰 보람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이야 마스크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됐지만 2월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대행을 시작한 이후 한동안 마스크가 크게 부족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없으니 국민들은 그야말로 공포 수준의 불안감을 느꼈다. 약국마다 이런 고객들을 다독이며 안심시키고 큰 소동없이 공적 마스크를 분배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여기에 초기 마스크 공급 불안정에 따른 예측 곤란, 5부제 운영 및 2매 포장 관련 어려움, 대리구매 확대 등 판매 지침 변화와 마스크 앱 정보공개, 공휴일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문제 등도 약사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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