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가 가진 물류사 재매각 `꼬이네`
by김영수 기자
2016.08.16 06:5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사들의 재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의 파고속에서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인수·합병(M&A)을 자제하면서 원매자가 제한적인데다 PEF 보유 매물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중인 로젠택배,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등의 재매각 여건이 난기류에 부딪친 상황이다. 이들 물류사들은 최근 매각 작업이 불발됨에 따라 옥션 딜(공개경쟁입찰) 대신 프라이빗 딜(수의 계약) 형태로 재매각이 진행중이다. 이는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여론의 관심을 피하는 동시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인수에 적극적인 원매자와의 협상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다.
SI들의 불참으로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된 로젠택배는 현재 CVC캐피탈파트너스와 어피니티 등이 실사를 벌이고 있다. 실사가 완료되는 이달 말 정도에는 세부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베어링PEA는 원매자와의 협상 과정에서 매각가가 원하는 수준에 미달할 경우 우선 경영권 지분만 매각한 후 잔여지분은 제3자 매각 또는 향후 인수자 측에 콜옵션을 부여해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베어링 PEA는 지난 2013년 미래에셋나이스사모펀드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전량을 1580억원에 인수한 후 지난해 5월에는 KGB택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72.2%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로젠택배와 KGB택배의 이원화된 경영구조와 함께 물류센터 확대 문제 등이 매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로젠택배는 두 번째 물류센터인 남대전센터를 이달중 오픈할 예정이지만 2013년부터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KGB택배의 실적부진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택배 등 물류업은 물량이 많을수록 시설투자 등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구조여서 수익성 개선으로의 연결속도는 더디게 나타난다”며 “PEF 재인수시에도 또 다시 업사이드를 해야 하는 문제가 봉착하는 만큼 투자회수(Exit)를 감안할 경우 지분 전량 인수에 따른 부담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4위인 로젠택배(양사 합산 시장점유율 10%)의 영업이익율은 CJ대한통운(시장점유율 38%), 현대로지스틱스(13%), 한진택배(11%)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7%대 수준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로젠택배(KGB택배 연결 포함)의 지난해 매출액은 2635억원, EBITDA는 238억원을 기록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과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대주주인 KTB PE도 변화를 겪었다. 박제용 부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후 송상현 대표 체제로 새로운 경영진이 짜여지면서 보유 포트폴리오에 대한 엑시트 방안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동GP인 큐캐피탈파트너스와의 협의를 통해 지난 10일 삼성출신의 서상훈 IBK투자증권 전무를 대표로 영입하는 등 동부익스프레스 경영진도 교체했다. 이에 KTB PE는 연내 재매각 여부를 타진할 예정이지만 동부익스프레스의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재매각시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가격 수준 이상에서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앞서 매년 600억원 정도의 EBITDA를 창출하는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47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했었다. 이는 KTB PE가 큐캐피탈과 공동으로 지난 2014년 5월에 인수했던 가격(3100억원)대비 66% 정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동부익스프레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2023년 만료되는 동부인천항만의 운영권 면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부익스프레스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 20% 하락한 444억원, 184원을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과의 협상 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던 매각에 따른 임직원 위로금 지급 문제도 복병이다.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일정과 겹치면서 매각 작업이 중단됐던 대우로지스틱스도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한때 매각자문사 교체설이 나돌았지만 말레이시아 증권사인 CIMB증권이 여전히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블로우션 PEF 만기가 지났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SI가 러브콜을 보내야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특히 매각자문사 교체설의 원인이었던 CIMB증권의 소극적인 자세는 일부 LP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로지스틱의 실적은 해운부문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 증가한 413억원을 기록했다. EBITDA 역시 약 4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우로지스틱스는 글로벌 침체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등 우량 고객사를 유지함으로써 영업이익을 지속으로 내고 있다”며 “전반적인 시황을 감안할 때 매각가에 대한 기대치를 다소 낮춘다면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로지스틱스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에서 분사해 설립된 물류·해운업체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영난에 빠진 뒤 2011년 블루오션 PEF가 1210억원(지분율 73.3%)에 인수했다. 블루오션 PEF는 NH투자증권과 카무르파트너스가 GP이며 옛 정책금융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 행정공제회 등이 LP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