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읽어주는 남자]'한평에 0.4억' 아파트 시대 열리다
by김성훈 기자
2015.10.10 13:00:00
내집 마련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아파트 읽어주는 남자'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7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 희망연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취업 준비생(69%)과 직장인(27%) 등 총 1060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기준 희망연봉은 평균 3320만원,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는 연봉은 평균 2500만원이었습니다. 설문이 발표된 후 누리꾼들은 ‘돈 3320만원 버는 게 쉬운 줄 아느냐’는 의견과 ‘이제는 희망 연봉도 낮춰 이야기 해야하는 고단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아파트 읽어주는 남자’에서 왜 난데없이 대학생 희망연봉 이야기냐고요? 2015년 가을, 3.3㎡(1평)당 대졸 신입사원 희망연봉을 훌쩍 넘어서는 아파트의 시대가 열린 때문입니다. 희망연봉을 받고 원하는 기업에 입사해도 1평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죠.
한글날(9일)이었죠.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4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에 다녀왔습니다. 오전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해서 모델하우스 폐관 시간 한 시간(오후 5시) 전에 입장했는데요. 예상과 달리 모델하우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 △ 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4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에는 폐관 한시간 전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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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사항들을 볼까요. 이 아파트는 지상 35층짜리 아파트 8개 동에 총 751가구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일반 분양분은 201가구인데요. 주택형(전용면적)별로는 △59㎡ 114가구 △84㎡ 73가구 △133㎡ 14가구로 이뤄졌습니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이 일반 분양분의 9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큰 관심사 중 하나인 분양가를 한번 볼까요. 전용 59㎡의 일반 분양가는 층별로 9억 3000만~10억 6600만원에 책정돼 평당 분양 가격이 3875만~4441만원(3.3㎡당) 수준입니다. 이어 전용 84㎡는 12억 7700만~14억 9400만원(3.3㎡당 3755만~4394만원), 전용 133㎡는 19억 7400만~21억 8900만원(3.3㎡당 3655만~4053만원) 규모입니다. 대우건설이 밝힌 평균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040만원입니다.
이전에도 일반을 대상으로 분양한 아파트 중 평균 분양가격이 4000만원을 넘는 아파트는 있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성동구 성수동1가에서 분양한 ‘갤러리아포레’ 377㎡형이 3.3㎡당 최고 4605만원, 같은 해 선보인 ‘트리마제’ 293㎡형이 3.3㎡당 4838만원에 공급됐습니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분양한 ‘아크로리버 파크 2차’(반포동 신반포1차 재건축)역시 3.3㎡당 413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보였는데요.
주목할 것은 위 아파트들이 일부 아파트 평면에서 4000만원대 분양가를 보였던 것과 달리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대부분의 주택형이 3.3㎡당 4000만원으로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아크로리버 파크 2차 전용 59㎡의 분양가격이 8억 4900만~10억 5000만원, 전용 84㎡는 11억 8000만~15억4500만원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일반 분양가격이 더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죠. 작은 주택형일수록 평당 분양가격이 올라가는데다 이른바 ‘황제주’로 떠오른 전용 59·84㎡등 중소형이 대다수(93%)를 차지하면서 평당 분양가격이 오름세를 탄 것이죠.
| △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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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를 찾은 분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전체 물량의 약 57%를 차지하는 전용 59㎡에는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젊은 부부층과 임대 수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집중됐습니다. 반면 전용 84㎡와 133㎡는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는데요.
강남구 도곡동에서 온 전모씨는 임대수익을 위해 이 아파트 전용 59㎡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씨는 “올들어 반포지역에 첫 분양하는 재건축 아파트여서 방문했다”면서도 “한강 변 아파트도 아닌데 평균 분양가격이 4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니 청약에 당첨돼도 문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왔다는 조모씨(44)씨는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왔습니다. 조씨는 “아파트 인근에 반포고등학교나 서울고, 은광여고 등 초중고가 갖춰진 교육 여건이 장점이다”면서도 “분양가격을 3000만원대 후반으로 예상했는데 가격이 높아져 부담이다”고 말했습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파에 섞여 모델하우스를 나왔습니다. 출구 앞으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이 방문객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때마침 A공인중개사 관계자가 다가와 청약에 당첨되면 즉시 4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을 겁니다.
이 관계자는 전매제한(6개월)기한에 맞춰 무리 없이 일을 진행 시켜줄 수 있고 당첨 결과도 하루 정도 빨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연락을 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분양가격이 다소 부담된다고 말하자 그는 “평당 4000만원을 넘어선 게 결국 시간문제 아니였겠느냐”며 “일반 분양 가구수가 많지 않아 결국 높은 경쟁률에 완판될 것이기 때문에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2015년 가을 분양시장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신규 공급될 일반분양 아파트는 2556가구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반포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가 첫 선을 보였는데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향후 분양을 앞둔 여타 건설사에게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 대 일을 넘는 경쟁률에 계약까지 무리없이 갈무리 된다면 차후 공급될 아파트 가격은 시나브로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3.3㎡당 3000만원대 후반부에서 서로 눈치만 보던 건설사 입장에서는 4000만원대 아파트의 성공은 그 빗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
첫 시작부터 평당 4000만원대 분양가를 책정한 2015년 강남 분양시장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이른 시간에 가격이 급증하면서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운데다 가격 거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반분양 분이 많지 않아 결국 높은 경쟁률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려와 기대 속에 막을 올린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시대. 그 첫 결과는 이번 달 22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