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신차 출시 앞둔 현대차, ‘테슬라식 충전방식’ 막판까지 고심
by이다원 기자
2023.09.12 08:23:22
美서 아이오닉5 N, EV9 등 출시 앞두고
테슬라식 충전방식 도입 여부 놓고 고민
고객 충전 편의·시장 점유율 확대 이점에도
결제, 배터리 정보 등의 데이터 유출 우려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신차 출시를 앞두고 테슬라식 전기차 충전 방식 도입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테슬라와 다른 방식의 충전규격을 따르고 있지만 최근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테슬라식 충전방식에 잇따라 합류하면서 세가 커지자 현대차도 고객들의 충전 편의와 북미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차원에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다만 테슬라식 충전 방식을 따를 경우 현대차그룹 차량 데이터가 테슬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전 인프라 확대라는 장점을 얻는 대신 차량 소유자 결제 정보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정보, 충전 시간 등 부품 관련 데이터까지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로 넘어가는 우려가 있어 막판까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 테슬라의 자체 급속 충전 네크워크인 슈퍼차저.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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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가 자체 고속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를 개방하면서 전기차 업계에서 테슬라의 충전 표준 규격 채택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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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최근 북미 시장에 코나 일렉트릭(EV) 2024(2세대) 모델을 공개한 현대차(005380)는 연내 고성능 모델인 ‘N 브랜드’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 N도 이어 첫 선을 보인다. 내년에는 아이오닉7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기아(000270)는 4분기 미국에서 EV9을 출시할 예정이며, 중국에서 선보인 소형 전기차 EV5 역시 북미 시장에 내년께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북미에서 ‘미국 표준’ CCS1(Combined Charging System·결합충전방식)만을 채택 중인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고민이 크다.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북미 표준’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채택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신차에 탑재할 충격 규격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과 혼다, BMW, 벤츠, GM, 스텔란티스 등 7개사는 북미 지역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위한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총 3만개의 전기차 충전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CCS1 급속 충전기가 테슬라의 절반 수준인 1만1000여기에 불과해, 인프라 측면에서 열세에 몰려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인 포드,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닛산을 비롯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 볼보 등이 NACS 규격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데다 일본 혼다까지 추가되면서 NACS 진영은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혼다는 오는 2025년부터 NACS 포트를 장착한 신형 전기차 모델을 북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혼다가 GM 전기차 플랫폼을 채택해 전기차를 만들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NACS 표준을 도입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테슬라가 확보한 충전 인프라는 전 세계에 총 5만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35%이상인 약 2만기의 급속충전기가 미국 전역에 깔려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북미 7개사 JV가 확충할 네트워크 역시 CCS1와 NACS 표준을 함께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NACS 표준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NACS 표준을 도입할 경우 차량 데이터가 테슬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충전 인프라를 얻는 대신 차량 소유자 결제 정보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정보, 충전 시간 등 부품 관련 데이터까지 NACS 네트워크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단순하게 충전만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충전 관련 데이터가 미국 테슬라로 넘어가는 게 핵심사안”이라며 “다른 완성차 기업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테슬라의 자체 급속 충전 네크워크인 슈퍼 차저 보급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은 진퇴양난 상황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포함된 완성차 JV가 북미에서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NACS 표준을 활용하며 시간을 버는 ‘투 트랙’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는 현재는 깔린 인프라를 활용하되 자체 충전 네트워크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기아의 경우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