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보급품 입찰담합’…나쁜 가족회사에 89억 과징금 ‘철퇴’

by조용석 기자
2022.03.13 12:00:00

공정위, 5년 담합한 제일피복공업 등 3개사 제재
가족회사 관계 숨기고 담합…272건 중 150건 성공
군복, 가죽장갑, 매트리스 등 군경 필수품 담합해
공정위 “국가예산 절감 기대…공공부문 지속 감시”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군복이나 경찰용 정복 등 다양한 보급물품을 납품하면서 5년 넘게 담합해온 나쁜 가족회사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친인척 관계인 이들 6개 회사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며 투찰 가격에 미세한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장기간 짬짜미를 해왔다.

(자료 = 공정위)
13일 공정위는 제일피복공업, 한일피복공업, 삼한섬유 등 3개사가 공정거래법(입찰담합)을 위반했다고 판단, 과징금 총 88억 9200만원과 시정명령(향후 행위 금지명령)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삼한섬유는 공정위 제재 직전 회사가 파산하면서 대표인 권모씨에게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미 폐업한 대광사 등 3개사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피복공업 등 6개 사업자는 2012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방위사업청 또는 조달청이 실시한 272건의 보급물품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부자관계, 부부관계, 외삼촌 등 친인척 관계인 이들 회사는 투찰가격을 0.1~0.3%의 비율로 차이를 두어 낙찰확률을 최대한 증가시키기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 272건의 담합 시도 중 150건에서 성공했다. 이들은 외부적으로는 경쟁관계로 가장해 입찰에 참여했으나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조직처럼 운영됐다.



이들이 담합한 보급물품은 군복, 경찰용 정복, 장갑, 매트리스 등 침구류, 속옷, 더플백으로 불리는 군인용 가방 등 섬유 및 가죽 필수품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사진=이데일리DB)
공정위에 따르면 종전에는 사업자수가 많은 조합이 보급물품 입찰을 따내는 데 크게 유리해 친인척을 동원해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법인별 경쟁입찰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조합 내에 있던 가족사들이 마치 별도의 법인인 것처럼 입찰에 참여하는 꼼수를 썼다.

공정위는 사건 담합의 주도적 역할을 한 권씨가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 점을 고려해 고발 등의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산한 삼한섬유 대표였던 권씨는 앞서 검찰이 형법상 입찰방해죄로 기소,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림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장기간 은밀히 진행된 입찰담합행위를 적발·제재해 경쟁질서 확립 및 국가예산절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공공 입찰에서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