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 휘 기자
2018.12.01 08:00:21
베이비박스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지 벌써 10년이 됐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아이 울음을 점점 더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한 국가문제로 떠 오른지 오래지만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마의 품을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연간 200여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로 향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주장한다.
올해에만 9월 말까지 총 183명의 아기가 서울 관악구의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를 통해 구조됐다. 이는 월평균 20.3명이다.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숫자다.
베이비박스 개소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구조된 생명은 어느새 1500명에 육박한다. 현재의 증가 속도라면 올해 말에는 1550명에 이를 전망이다.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아이를 맡기는 박스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 내외가 2009년 12월에 설치한 베이비박스는 가로 60cm, 세로 45cm, 높이 70cm 크기로 제작됐다.
바깥에서 문이 열리면 아이가 왔다는 알림소리가 울린다. 신생아에게 딱 맞는 크기로 맞춰 만들었다. 알림소리가 들리면 즉시 반대쪽 문을 열어 아이를 구조한다. 아이가 춥지 않도록 베이비 박스 안은 계속 따뜻하게 유지된다.
최근 이곳에는 베이비룸을 개소했다. 아이를 떠나보내는 부모가 아이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상담으로 아이를 데려가는 부모는 30% 정도 된다.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이를 잠시 맡길 때도 있다. 부모는 출생 신고를 마친 후 데려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만 아이를 맡긴다고 했다. 이런 형식으로 21개월까지 맡긴 부모도 있었다.
유엔(UN)은 세계 각국에 베이비박스를 없애라고 압박한다.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베이비박스 등 한국의 아동 유기 상황을 담은 시민사회 연대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에선 매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00~300명이 발견된다”며 “민간의 베이비박스가 없다면 아동보호의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현재 베이비박스는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군포 2곳.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관악구 베이비박스는 아이가 들어오면 즉시 경찰에 통보한다.
아이는 담당구청을 거쳐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내진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는 입양이나 가정위탁, 보육시설 등 상황에 따라 맞는 곳으로 아이를 보낸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를 거친 아이는 지난 9월말 현재 140여명을 넘었다.
현행법상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것은 아동 유기에 해당해 법 위반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 등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단체는 정부의 인정을 받지 못한 곳이기 때문이다.
형법 제272조에서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을 때, 이밖에 다른 이유로 영아를 유기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이 유기를 방조한다며 현행법을 이유로 A교회의 베이비박스 운영 중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민간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아이의 양육을 지원하고 보육시설 입소나 입양 등 아이를 보호할 공적인 업무를 한 곳에서 아울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락 목사는 “예산이 많이 들고 관심을 못 받는 분야여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아동 보호를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휘 한종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