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왕의 들녘에 올라 사도 그리다 '경기 화성'
by강경록 기자
2015.12.05 07: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화성시는 서쪽으로 황해와 접한다. 해안선이 152km에 달한다.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부터 주요한 바다였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당성(당항성)이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신라의 경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한반도 길목이다.
전곡항과 궁평항이 있는 남양만은 당성의 서쪽 바다다. 그 가운데 화옹방조제 북쪽과 접한 궁평항은 별미가 어우러진 겨울나들이에 적합하다. 궁평(宮坪)은 궁(宮)에서 관리하던 염전이나 들(坪)이다. 자연스레 기름진 땅의 풍요로운 자원을 짐작케 한다. 한때는 교역항으로 또 한때는 어항의 역할을 했겠지만 근래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바다 여행지다.
우선 좌우로 팔을 뻗듯 바다를 끌어안은 방파제가 푸근하다. 왼쪽 방파제는 다시 바다 쪽으로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끝자락에 그늘막 쉼터를 꾸몄다. 바다낚시터라 이름 붙였지만 방파제에서 뻗어 나온 산책로는 한 폭의 그림 같다. 내년 봄까지는 보수 관계로 들어가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궁평항을 찾은 여행객의 기념 촬영 배경으로 자주 쓰인다. 방파제 초입 궁평항 전망카페의 벽에는 천사의 날개 벽화가 그려졌다. 하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파란색 배경의 벽에 기대 추억 사진 한 장을 남겨도 좋겠다. 바다낚시터 반대편 방파제는 전통정자가 쉼터 역할을 한다. 궁평낙조를 촬영한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들이다.
◇ 평범한 속에 숨은 특별한 화성의 맛
산책을 즐긴 후에는 궁평항의 맛이다. 화성에는 ‘남양원님 굴회 마시듯’이라는 말이 있다. 화성에 부임하는 원님들이 굴 맛에 반해 씹지도 않고 먹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좌우 방파제 가운데는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누구나 남양원님이 될 수 있다. 위판장과 직판장으로 나뉘는데, 직판장에서 해산물을 구매 후 현장에서 먹는다. 굴은 물론 키조개, 백합, 바지락 등의 싱싱한 어패류나 대하, 활어회 등 종류가 다양하다. 조개구이의 겨울 정취가 각별하다.
조금 더 특별한 먹을거리를 원할 때는 간재미를 추천한다. 간재미는 서해 일대에서 가오리를 부르는 말이다. 그 가운데 주로 상어가오리나 노랑가오리를 일컫는다. 간재미는 사계절 잡히는데 그럼에도 바닷물이 차가운 겨울을 제철로 친다. 지역 토박이들은 조개구이의 낭만보다 간재미의 미감을 찾는다. 이맘때 간재미는 육질이 두툼하고 뼈가 딱딱하지 않아 씹는 맛이 좋다. 간재미를 무침으로 내는 것 또한 오독하게 씹히는 고유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궁평항에서는 신서해회집 등이 간재미 요리를 잘한다. 신서해회집은 외갓집에서 낳아 외자라는 이름을 얻은 유외자 씨가 운영한다. 생 간재미를 손질한 후 고추장, 참기름, 식초 등과 쑥갓, 오이, 양파 등을 넣고 쓱쓱 무쳐내는 과정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손맛이란 미묘한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유외자 씨는 장류를 직접 담근다. 싱싱한 간재미와 더불어 장맛이 다른 집과의 차이라면 차이란다. 간재미탕도 끓여내는데 구수한 국물 맛이 추위를 녹인다. 궁평항에서 잡은 간재미만 가져다 쓰는 까닭에 미리 예약하고 찾지 않으면 헛걸음을 하기 십상이다. 식후에는 궁평해수욕장 쪽으로 옮겨간다. 1800여 그루의 해송이 군락을 이룬 산책로를 느긋하게 거닐며 식후 여운을 만끽한다.
| 겨울 간재미는 오독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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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또 다른 맛이 궁금할 때는 북쪽 송산면으로 향한다. 송산포도의 유명세는 전국구다. 겨울에는 색다른 방법으로 즐긴다. 샌드리버 와이너리의 김승원 대표는 10여 년째 송산포도로 와인을 빚고 있다. 2008년 지역의 사강(沙江) 이름을 응용한 포리버(forRiver)를 출시한 후, 송산포도만의 특징을 살린 와인을 빚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는 화이트와 레드 두 가지 종류를 판매한다. 그는 우리 품종으로 유럽 와인을 만들 수 없듯, 유럽 와인으로 우리 와인을 만들 수 없다 말한다. 그래서 와인의 기준을 서구에 두지 않는다. 우리 땅이 빚은 우리 와인의 맛을 탐구한다. 포리버는 과일 향이 짙고 달콤하며 뒷맛이 개운하다. 그가 포리버에 담은 애틋한 가족애는 그 향을 한 번 더 음미하게 한다. 샌드리버는 와인카페도 운영해 가벼운 식사를 겸해 포리버를 맛볼 수 있다. 와이너리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와인 시음이나 와이너리 견학도 가능하니 미리 문의해봄직하다.
| 융릉은 여느 능과 달리 정자각과 능이 일직선을 이루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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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를 그리는 정조의 마음 담긴 명소
화성은 근래 들어 영화 <사도>로 주목받고 있는 고장이다. 화성시 동쪽의 융건릉과 용주사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는 정조의 마음이 담긴 명소들이다. 융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과 추존황제 장조, 즉 사도세자와 헌경왕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이 있다. 조선 왕릉 가운데 아버지와 아들의 무덤이 이처럼 가까운 사례는 드물다. 그 가운데 융릉은 정자각과 능의 배치가 특이하다. 보통 일직선상에 위치하는데 정자각이 조금 비켜서며 능의 시야를 연다. 정조가 뒤주에서 죽은 아버지를 위해 그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홍살문 오른쪽의 연못 곤신지 등을 고려하면 풍수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비각에 나란한 비석은 정조의 효성이다. 정조가 사후에라도 아버지 사도세자가 왕으로 추존될 것을 바라 비석의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융릉 가는 길은 소나무가 빼곡해 영화 <사도> 이전부터, 능을 오가는 이들에게 일상의 여유를 제공했다.
용주사 또한 정조의 효심이 깃들었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시고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웠다.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에서 사찰을 세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효찰대본산 용주사라는 호칭과 경내의 효행박물관이 정조의 효성을 대변한다. 용주사나 융건릉을 찾았다면 인근의 소다미술관도 꼭 둘러볼 일이다. 소다미술관의 소다(SoDA)는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를 뜻한다. 찜질방으로 짓다만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골조를 살려두고 컨테이너를 가미해 새롭게 단장했다. 미로 같은 야외 전시 공간이나 너른 잔디 정원, 옥상의 콘크리트 전시실 등이 흥미롭다. 찜질방의 축에 새롭게 미술관의 축을 더하며 삼각형의 공간들이 생겨났는데, 이를 차용한 공간의 소품이나 구조도 눈여겨 볼 일이다. 커피 한 잔을 하며 여행을 갈무리하기에도 알맞다. 2층 옥상 전시장에서 바라보는 해 질 녘의 경관 또한 빼어나다.
| 융릉 비각에는 정조 때와 고종 때 세운 두 개의 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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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당일여행코스>미식 여행 코스 / 궁평항→점심→ 샌드리버 → 소다미술관 , 역사 여행 코스 / 궁평항→ 점심→ 융건릉 → 용주사
<1박2일 여행코스> 궁평항→점심→샌드리버→공룡알 화석지→당성→숙박→융건릉 → 점심→용주사→소다미술관
△가는길=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마도IC 남양 방면 → 화성로 7.5km → 서신사거리 직진 → 궁평항로 6.6km → 궁평항
△잠잘곳= 프린스모텔(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031-355-2270), 제이에스부티크호텔 (화성시 큰재봉길, 031-8015-0009), 용주사 템플스테이 : 화성시 용주로, 031-235-6886)
△먹을곳= 신서해회집(간재미회무침,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031-357-3160), 중앙회센터(굴밥, 화성시 송산면 사강로, 031-357-7219), 화성별궁(생갈비, 화성시 세자로, 양념갈비, 031-221-6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