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면...

by조선일보 기자
2009.02.04 09:24:00

일부 보험사, 수익률 높은 재테크 상품인양 포장해 판매
은행과 달리 月5~13% 비용 떼… ''원금보장'' ''저축성'' 조심

[조선일보 제공] 서울 목동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43)씨는 지난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고금리 저축 상품"이라는 보험설계사의 말을 듣고 월 100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달 초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보험을 깨려 하자 회사측은 "지금 해약하면 500만원만 받을 수 있다"고 알려 왔다. 김씨는 "은행 예금보다 훨씬 좋은 투자 상품이라고 해서 보험료를 7000만원이나 넣었는데 500만원밖에 돌려주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된다"고 억울해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 상품을 수익률 높은 재테크 상품으로 '달콤하게' 포장해 팔고 있다. 초(超)저금리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보험사의 유혹에 넘어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 상품에 가입한 후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보험사의 '사탕발림식 상품 선전'과 '진실'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비과세 보험 추천해 드릴게요." 직장인 최석우(41)씨는 얼마 전 이런 권유 전화를 받고 귀가 솔깃해졌다. 1년짜리 은행 예금금리가 연 4%로 낮아져 더 나은 투자 대안은 없는지 찾고 있던 중이었다. 보험 상담원은 "금감원에서 특별히 우리 보험사에만 판매를 허용해준 특판 상품"이라며 "보험은 복리로 운용되기 때문에 유리한데 고객님 같은 VIP에게만 특별 판매하겠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담원 말처럼 특정한 보험 상품에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모든 저축성 보험이 10년 이상만 유지하면 만기 때 생기는 보험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저축보험은 통상 연(年) 복리이기 때문에 은행 정기예금에 1년 넣어놨다가 다시 1년 재예치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보험만 유일하게 복리 효과가 있는 상품이라는 설명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펀드에 가입해 반 토막 수익률로 고통을 겪은 주부 강모(55)씨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금융 상품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강씨 같은 소비자들이 늘자 많은 보험사들이 '원금 100% 보장'이란 문구를 내세워 저축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원금 보장 저축'이란 말에만 현혹돼 무턱대고 가입했다간 나중에 후회하기 쉽다. 은행 상품과 달리 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설계사 수당 등 보험사가 보험 계약을 체결·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를 떼고 난 금액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즉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저축 원금액이 다르다는 얘기다. 통상 보험사들은 월 보험료에서 5~13% 정도 사업비를 뗀다. 때문에 3~5년 단기 저축 상품의 경우엔 운용기간이 짧은 탓에 만기 때 받는 보험금 액수가 원금에 못 미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상품 포장을 바꾸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험료 의무 납입기간'이다. 보험사들은 의무 납입기간을 설명하면서 "월 ○○원씩 딱 2년만 넣으면 된다"고 풀이한다. 언뜻 들으면 2년만 보험료를 적금처럼 내면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말은 거꾸로 뒤집으면 가입 후 2년 이내에는 본인이 낸 보험료를 거의 한 푼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와 같다. 또 2년 후에 그동안 냈던 보험료를 자유롭게 뺄 수 있다고 해도 본인이 낸 보험료 액수 전부는 아니다. 가령 월 50만원씩 보험료를 2년 동안 총 1200만원을 납입한 사람의 경우 2년 뒤에 빼서 쓸 수 있는 금액은 약 380만원(연수익 6% 가정) 정도에 그친다.



보험사들은 투자형 상품인 변액연금보험을 팔면서 납입 보험료를 100% 이상 최저 보증해준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렇게 원금을 100%에서 최대 200%까지 만기(연금 개시일)때 보증해준다는 얘기만 강조할 뿐 숨어 있는 비용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통상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해서 원금의 100% 이상 최저 보증을 받으려면 보증비용으로 매년 0.5~0.7% 정도가 보험료에서 나간다. 보험사가 원금을 최저 보증해주는 비율이 커질수록 비용은 더 많이 떼인다. 양세정 보험컨설턴트는 "비용은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소여서 그만큼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줄어들게 된다"며 "수십년 투자하는 20·30대 젊은 층은 최저 보증비율이 높은 상품을 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