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으로 호캉스’ 선 넘은 한의사 결국 벌금형

by황병서 기자
2024.10.20 10:36:46

의료법 위반 혐의…과장 광고 담긴 문자 메시지 보내
法 “객관적인 사실 과장하는 내용의 의료 광고” 판시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해 ‘병원 호캉스’를 즐기라고 광고문자를 환자들에게 보냈던 한의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마포구의 서부지법 전경(사진=이데일리DB)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1일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46)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A씨는 2023년 7월 10일 오후 3시 34분께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환자 1897명에게 치료비 등 전액을 실비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의료법 56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소비자에게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 또는 면제하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A씨가 보낸 문자는 ‘더운 날씨에 힘드시죠? 무더위를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건강보험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 방법 알려 드리겠습니다. 1,2인실로만 구성된 상급병실을 이제는 일반병실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루 입원 및 치료비용인 6만원대 마저도 모두 실비로 돌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휴일 또는 휴가에 어떠세요?’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문자를 과장 광고로 판단했다. 환자가 실손보험을 적용받아 치료비 등을 전액 지급받는지는 환자가 가입한 보험사의 가입조건 및 보장 내용에 따라 달라지고 그 보장 내용 등에 따라 치료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지급받을 수 없는 때도 있어서다. 또 해당 한의원에서 입원 및 치료를 받더라도 치료비 등 전액을 실비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므로 객관적인 사실을 과장하는 내용의 의료광고를 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종전에 범죄전략이 없고 이 사건 범행 다음날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에 대한 정정 문자를 발송했다”면서도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고 문자 메시지를 1897명에게 발송한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 7월께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서울시의사회가 해당 한의원이 소재한 마포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의료계 이슈로 불거졌다. 해당 한의원은 문자메시지에 링크를 남겼던 한의원 블로그 글을 삭제하고 관련 글을 비공개로 돌렸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는 “불법·허위 광고로 한의사 품위를 손상했다”면서 “해당 한의사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관용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논란이 일었던 해당 문자 메시지(이미지=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