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 강남·목동서 잇따른 화재[사사건건]
by황병서 기자
2024.06.22 10:40:00
서울 목동 아파트, 화재 발생 12시간 만에 완진
지하 재활용품 수거장서 화재…소방대원 등 17명 경상
20일 역삼동 아파트서 화재, 3시간 만에 불 꺼져
합동감식반, 화재 원인 등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중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이번 주에는 서울의 강남·목동 등지에서 화재가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특히 두 지역 모두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여름철 아파트 화재에 대한 주의보가 커졌습니다.
|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감식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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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12시간 가까운 진화 끝에 불이 꺼졌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17명이 부상을 입었고, 주민 100여 명이 대피해면서 헬기까지 동원됐습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분께 양천구 목동의 23층짜리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화재 발생 약 50분 만인 오전 8시 48분께 초진됐지만, 불이 환풍구를 타고 지하 1층 체육관으로 번지면서 화재가 지속됐습니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가스 배관과 각종 전깃줄이 올라가는 빈 곳 등 관찰이 어려운 곳으로 불씨가 계속 오가면서 진화에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불길이 계속 잡히지 않자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 35분 만인 오전 10시 37분 관할 소방서 인력을 모두 투입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후 오후 3시께 지상 1층 상가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습니다.
이때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 중 부상을 입었습니다. 소방대원 16명, 의용소방대원 등 총 17명이 얼굴과 양손 등에 화상을 입거나 타박상을 입었고, 이 중 11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불은 소방 인력 349명, 장비 93대가 투입돼 12시간 가까이 진압한 끝에 모두 잡혔습니다. 주민 등 113명이 대피하고 이 중 42명이 연기를 흡입했지만 병원으로 옮길 정도의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화재 진압이 길어지자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6시께 소방헬기를 투입해 지상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90대 노약자 주민을 구조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입니다. 소방관계자는 “화재가 안정화했지만, 잔불에 대비해 열화상 카메라로 잔불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전 세대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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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에도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큰불이 나 주민 40여 명이 대피하고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2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16층짜리 아파트 10층에서 불이 나 약 3시간 만인 오후 4시 35분께 꺼졌습니다. 이 화재로 주민 40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또 발화 지점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에어컨 기사 김모(51)씨가 얼굴 화상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갔으며, 생후 11개월 남아와 5개월 남아도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최상층인 16층을 제외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2003년 사업 승인을 받아 당시 최상층을 제외하고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 2018년 이후부터는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바 있습니다.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합동감식반은 최초 발화 지점을 집중적으로 살펴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앞서 에어컨 기사는 경찰에 “용접을 하던 중 주변 물체에 불이 붙은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