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이동수단을 넘어 '카 인포테인먼트'로...자동차 곳곳에 '차량용 반도체&apo...

by배진솔 기자
2020.09.25 06:00:00

1980년대 '전자식 연료 분사장치' 이후 반도체는 자동차 필수부품
장애물 센서 등 이미 대중화된 반도체 기능…카 인포테인먼트도 가능케해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장 주도할 것

블레이드 러너 스틸 컷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1980년대 할리우드 대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아시나요.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 작품으로 2019년 미래를 배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당시 사람들이 약 3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첫 장면부터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자동차 중 반은 자율주행으로 땅을 달리고, 나머지 반은 우주선처럼 하늘을 달리고 있는데요, 도로의 모습도 지금의 도로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아쉽게도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도시는 1980년도에 상상했던 만큼의 모습은 아니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미 그만큼 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1980년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에는 내연기관에 의존해 자동차가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경쟁사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점차 주행 성능, 안정성, 효율, 디자인 등이 다양해지면서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던 때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때 자동차에도 전자제품처럼 반도체를 탑재해 새로운 운전 환경을 경험을 만들게 되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상상이 아예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봅니다.

자동차의 뇌라고 불리는 ECU 시스템 반도체 (사진=Elektrobit)
당시 독일의 보쉬가 세계 최초로 ‘전자식 연료 분사장치’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자동차가 나옵니다. 그때부터 자동차의 필수 부품으로 반도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는 점화시기와 연료분사 시기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이에 맞춰 분사할 연료의 양을 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지금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작은 컴퓨터라고 부를 만큼 차량의 모든 부분을 제어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엔진은 심장, 에너지는 혈액, 자동차의 컴퓨터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는 두뇌라고 표현할 만 합니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안전이나 편의를 위한 전자 장치들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어 한 대당 평균 200~400개가량의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이 전자기기들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반도체를 모두 일컬어 ‘차량용 반도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가정용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내구성이 필요합니다. 자동차의 센서, 엔진, 제어장치, 구동장치와 같은 핵심 부품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죠. 엔진의 뜨거운 열과 빠른 속도를 견뎌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반도체가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용 반도체 수명이 1~3년 정도라면 차량용 반도체는 최소 5배 긴 15년 이상은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온도 조건도 마이너스(-) 40℃에서 155℃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습도 조건도 훨씬 높은 테스트 과정을 견뎌야 하죠.

초음파 센서 반도체 (출처 : 현대오트론 홈페이지)
자동차의 전자화를 이끄는 반도체는 안전을 위한 반도체와 편의 장치를 위한 반도체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먼저 가장 대중화된 ‘초음파 장애물 탐지 센서’와 ‘에어백 반도체’인데요. 초음파 장애물 탐지 센서는 저속주행이나 주차를 할 때 장애물을 초음파로 감지해 경고음을 보내 줍니다. 에어백에 사용되는 반도체인 ‘멤스 가속도 센서’는 자동차 중앙, 범퍼, 문에 장착돼 주변 가속도를 측정하는 센서 기능을 하고 충격 정도를 계산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이제는 상당히 대중화된 자동차 부품입니다. 인공지능(AI)연산을 위한 차량용 반도체가 센서로부터 받은 신호를 분석해 장애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죠.

이와 비슷하게 ‘차량 거리제어장치(ACC)’는 차량 전방부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가 앞 차량과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차량 전면에 일정수준 내로 차나 장애물이 다가오면 경고 신호를 주거나 속도를 자동으로 떨어뜨려 사고를 미리 방지합니다. 이것도 초음파 센서를 반도체가 분석해 인지하도록 하게 합니다.



‘안티 락 브레이크 시스템(ABS)’도 물리적인 원리에 따라 전자장치가 브레이크를 잠그고 푸는 과정을 반복해 매우 급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 반도체입니다. 자동차의 뇌인 ECU를 중심으로 압력조정장치와 바퀴 속도를 감지하는 휠 센서와 브레이크 감지 장치가 함께 작동해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첨단환경을 제공해주는 차량용 반도체는 소비자에게 ‘카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를 가능하게 하는데요. 자동차에서도 스마트폰과 연동해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고 운전 중 온도조절 등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반도체를 활용하면 높은 그래픽 성능과 빠른 연산 속도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첨단 기술을 사용해 고기능화될수록 데이터의 용량 또한 증가해 D램과 낸드플래시같은 메모리 반도체도 많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하나의 개인 공간으로 진화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전 세계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전장(전자기기) 시장 전체 규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7.4%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는 2024년에는 약 477조76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만큼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텔은 이미 지난 2017년 이스라엘 자율주행차 전문기업 모빌아이를 약 153억달러(약 17조)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텔 전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라는 말을 남기죠.

인텔뿐만 아니라 퀄컴, 삼성 등 정보통신(IT)기업이 자동차 전장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1위인 하만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전장 부품 업체들이 시스템을 제공하고 IT 칩 기업이 AI 프로세서 칩을 제공하며 이를 잘 연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완성차 업체가 협업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합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향후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커넥티드 카(IT 기술을 결합한 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