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지나 기자
2020.08.10 06:01:05
부동산 전문가 8인 대상 설문조사 진행
현상보다 역학관계 중점…과세 통한 시장통제 한계
공공재건축 보완 필요…주택 유효수요자 니즈 파악해야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부동산시장의 대표급 전문가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해 부여한 점수다.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60점이 채 안되는 점수로, 사실상 F학점이다. 지난 8·4공급대책까지 23번의 부동산대책으로 확인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원칙은 크게 3가지다.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시장 안정화, 투기 근절이다. 여느 정부와 다를 바 없이 ‘서민의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집값은 떨어지기는 커녕 더 오르기만 할까.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성이 아니라 실효성,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책이 추구하는 방향은 맞지만, 현실가능성이 낮고 오락가락하는 대책들로 오히려 조세저항 등 시장에 반발만 불러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이 23번에 이르는 부동산대책에 대해 사실상 낙제점을 준 이유다.
이데일리는 9일 학계·업계·연구기관 등 부동산 전문가 8인을 대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은 ‘매도인-매수인-임대인-임차인’ 등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보이는 문제 잡기에만 급급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의 보유세 강화 등 세부담이 증가하면 임차인에게 비용 일부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러한 지적을 무시한 채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부동산세금 대폭 인상 등이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불로소득 환수’에 급급하면서 지지율하락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차3법 시행도 마찬가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 5% 상한 등의 제한을 받는 임대사업자 물량이 시장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큰데, 일부 투기꾼 잡겠다며 제도 자체를 없애려고 해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보호해줘야 할 대상과 보호하지 말아야 할 대상을 분리하지 못했다”면서 “노후를 대비한 다주택자인지 투기꾼인지, 무주택 서민인지 고가 임차가구인지 아무런 구분을 못한 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 시장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채 현상만 보고 대응하고 있다”면서 “집값 오르면 집값 오른 곳만 핀셋 규제하니깐 다른 곳에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적과 함께 당장 집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봤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을 하겠다고 벌려 놓은 상황이라, 보유세 부담을 확대한다고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8·4공급대책도 사실상 건설투자라, 주변 개발기대감에 당장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세시장 불안이다. 임재만 교수는 “주택매매 대기 수요가 발생하고, 집값 상승이 정체되면 전셋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고종완 자산관리연구원장도 “전셋값은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시 모두 5% 이상 오르고, 지방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주택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게 ‘햇빛정책’을 써야한다고 제안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주택 공급 못지 않게 이미 시장에 풀려 있는 공급(매물)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양도세 부분을 완화해 다주택자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주택시장이 불안한 것은 ‘똘똘한 한 채’를 사고자 하는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라며 “8·4대책 역시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중산층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민간 주도로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봤다. 특히 공공재건축의 경우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추가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민간 참여를 이끌만한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원장은 “공공참여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건축 조합에 이미 시행중인 분양가상한제·초과이익환수제는 물론 기부채납비율인하 등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강화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