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온다]③시장 안착 위해 넘어야 할 산은?

by노희준 기자
2020.08.05 06:10:00

개발-인허가-처방-판매-반응 단계 중 초기 처방 단계
실제 처방 및 시장 반응 별로 알려진 게 없어
보수적 의사 처방할지, 환자 복용할지 아직 미지수
"중증환자 이름·실체보다 효과 중시" 긍정적
''저수가'' 행동교정치료 앱으로 가능...의사 환영 예상
향후 건강보험급...

자료=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디지털 치료제는 미래의 약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통상 하나의 의약품은 개발부터 인허가, 처방·판매,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시장 평가 등의 단계를 거쳐 하나의 제품으로 자리잡는다. 이제 걸음마를 뗀 디지털 치료제는 대략 인허가 단계를 통과해 이제 막 실제 처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초장기이다보니 미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처방 건수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인허가 다음에도 의사와 환자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보수적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의사가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고 환자가 쓰고 싶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며 “의사들은 디지털 치료제에 학문적으로는 관심이 많지만,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설명해야 한다면 처방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행동교정 치료가 필수적인 정신질환 분야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에 적정 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만 지원된다면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디지털 치료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표준치료법이지만 수가 문제 탓에 처방하지 못하는 행동교정 치료를 디지털 치료제로 대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진 에임메드 본부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질환 치료에서 약만 주고 싶어하는 의사는 없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저비용으로 기존 치료제를 보완할 수 있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약과 주사에 익숙한 환자들이 생소한 디지털 치료제를 받아들일 지도 미지수다.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일단 환자의 디지털 치료제 수용도는 디지털 이해도(리터러시)와 연령, 질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디지털 이해도가 높고 젊은층이 디지털 치료제에 좀더 친화적일 것으로 보인다. 같은 정신질환이라도 우울보다는 불안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 수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상 우울환자는 의지가 낮은 반면 불안 환자는 의사들이 처방한 것을 준수하려는 강박감이 크다.

특히 중증환자일수록 어떤 치료제든 효과만 확인된다면 치료제 형태와 종류, 이름은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는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면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중증환자일수록 디지털 치료제를 더 쓰고 싶고 디지털 치료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 한다”며 “(중증환자는) 몸이 좋아지는 여부가 중요하지 디지털 치료제가 무엇인지 개의치 않는다. 마치 약이 합성의약품인지 바이오의약품인지 환자 입장에선 중요치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서 보험 수가가 어떻게 적용될지도 핵심 과제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약값이 달라져 의사 처방과 환자 선호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후 실제 디지털 치료제 제품이 인허가 과정을 밟게 되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급여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