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포기 900원·무 800원…"갈아엎을수도 없고" 농가 울상

by김형욱 기자
2019.03.03 11:00:00

배추 2월 포기당 939원 그쳐…평년의 반값 수준
시장격리 등 수급안정 대책에도 3개월째 하락
농식품부, 단체급식 확대·단기소비 진작책 추진

올 1월22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의 한 밭에서 트랙터를 탄 농업인이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출하기에 접어든 양배추를 갈아엎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연초 배추를 비롯한 채소가격의 약세가 길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채소류 재배 농가는 울상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 폐기 등 시장 격리 대책에 이어 단체급식에서의 소비 확대를 독려 등 추가 가격 안정 대책에 나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2월28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가락시장 경락가)은 한 포기당 863원으로 평년 2315원보다 62.7% 낮은 수준이다. 평소 가격의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1~2월 평균으로도 939원으로 평년보다 51.9% 낮다. 지난해 12월 말 시작한 가격 하락세는 벌써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기당 1690원이던 배추 도매가는 12월 1237원, 올 1월 936원으로 떨어졌다.

다른 채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 역시 1~2월 평균 도매가격이 개당 790원으로 평년보다 25.9% 낮다. 양배추(포기당 1254원·평년비 33.1%↓), 대파(1㎏당 1184원·평년비 31.6%↓)도 약세인 건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좋은 연초 기상여건이 오히려 농가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배추, 무는 연초 한파와 여름 폭염 피해에 시달려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걱정해 왔다. 그런데 올 초 들어선 정반대 상황이 됐다.

배추 상품 1포기 우러평균 소비자(소매)가격 추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제공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올 1월28일 서울 서초구 양재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배추를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 약세가 시작된 12월 말부터 이미 월동배추 예상 생산량 33만6000톤(t) 중 7만1000톤(t)을 산지에서 폐기하는 등 시장에서 격리했다. 무 4만8000t, 양배추 2만2500t, 대파 4800t도 산지 폐기했다.



그러나 현 가격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치업체 등 대량 수요처가 한파 등 피해에 따른 가격 상승 우려에 사전 저장량을 늘린데다 김치 수입량까지 늘어나면서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량 수요처와 소비자단체, 대형유통업체, 외식업체 등과 협업해 단기 소비 확대 대책 추진에 나섰다. 613만명 규모 학교·공공기관 단체급식에 직·간접 관여하는 대한영양사협회를 통해 영양사에게 겉절이, 무채 등 관련 요리법을 제공하는 등 제철 채소류 활용 식단을 확대 편성을 유도하고 나섰다.

농협유통에서 시행하던 기획 특판도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로 확대한다. 42만 회원이 있는 외식업중앙연합회에 월동채소류 찬거리 사용 확대 협조를 요청하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월동채소류 간편 요리법을 제공한다. 공영홈쇼핑 월동채소 홍보·판매 방송도 확대 편성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소비촉진 대책으로 월동채소 가격 빨리 안정되기를 기대한다”며 “시장·산지 동향을 수시 점검해 수급여건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해 12월4일 충남 당진의 한 배추·무밭을 찾아 산지 작황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