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 美스타벅스, 내달 19일 8천여매장 문 닫는다

by이준기 기자
2018.04.18 07:27:30

지난주 필라델피아 이어 지난 1월 LA서도 인종차별 논란 불거져
스벅, 각종 대책 내놓고 있지만..시민들 항의시위 등 논란 격화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이라는 악재에 완전히 갇힌 양상이다. 지난주 첫 사건 발생 이후 시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여러 대책을 내놓은 와중에 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직원 교육을 위해 다음달 19일 8000여곳의 매장을 닫는 등 극약처방에 나섰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미국 CBS방송은 17일(현지시간) 브랜든 워드라는 흑인 남성이 지난 1월 자신이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당한 일이라며 촬영한 영상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영상을 보면 워드는 당시 음료를 구매하기 전 화장실을 사용하고자 매장 직원에게 화장실 코드를 물어봤지만, 매장 직원은 물건을 먼저 구매해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며 코드를 알려주지 않았다. 미국의 스타벅스 화장실은 영수증에 적힌 화장실 코드를 입력해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직원이 아무것도 사지 않은 백인 남성에게 화장실 코드를 알려주는 것을 워드가 목격한 것. 이 백인 남성은 워드에게 “난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매장 측에서 코드를 알려줬다”고 답했다. 워드는 대화 내용을 모두 휴대폰에 담았다. 영상에는 워드가 매장 직원에게 “내 피부색 때문이냐”는 목소리와 매장 직원이 “촬영하지 말라”는 장면 등이 담겼다.



스타벅스 입장에선 지난 12일 미 동부 필라델피아의 한 매장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흑인 남성 2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봉변을 당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악재가 겹친 셈이다. 당시 매장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 6명이 들이닥쳐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채 자리에 있던 흑인 남성 2명에게 다가가더니 곧바로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들은 백인 부동산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늦게 도착한 부동산업자가 “이건 완전한 차별”이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변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에 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사과 성명에 이어 전날(16일) ABC방송에 출연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 CBS 방송은 전날 해당 매장에 수십명의 시민이 몰려와 격한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스타벅스는 반(反) 흑인 커피”라고 외쳤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지역담당 부사장 카밀 히메스가 매장에 나와 시위대와 대화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스타벅스는 주말인 다음 달 19일 17만5000명에 달하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예방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미국 전역의 직영매장 8000여곳이 일시 휴점하게 된 셈이다. 스타벅스 측은 “이번 교육은 신입 직원 교육 과정에도 포함될 예정”이라며 “다른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인종차별 예방 자료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