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6.07.26 06:37:56
백출, 육계 등 한약 “장기능 강화, 속을 따뜻하게”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체질적으로 소화기가 취약한 ‘소음인’ 체질에서 ‘과민성 장 증후군’이 많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특히 여름철 찬 음식에 복통과 설사가 잦은 것이 특징이다. 진통제와 지사제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매번 약을 복용해야 되는지 고민이 많다. 이 경우 장기능을 강화하는 한약 치료로 찬 음식에 대한 저항력을 기른다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종종 빙수를 즐긴다. 꿀 같은 점심시간에 빙수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곤 하지만 또 다른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찬 음식만 들어가면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것이다. 소화제도 일시적 효과밖에 없고 A씨는 더 이상 동료들과 즐기는 빙수가 반갑지가 않다.
◇‘과민성 장 증후군’ 차가운 음식 특히 주의
여름철에 배가 아프면 혹시 음식이 상해서 그런가 의심하게 되지만, 실은 더운 날씨에 속이 차가워져 배탈이 나는 경우를 더 많이 꼽을 수 있다. 날씨가 더우면 우리 몸은 열을 내리기 위해 몸속의 혈액이 피부 쪽으로 집중돼 땀을 배출하게 된다.
따라서 겉으로는 뜨거운 듯 느껴져도 속은 차가워지게 되는데 차가워진 속에 찬 음식이 들어가게 되면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금방 탈이 나게 된다. 한방에서는 ‘복무열통(腹無熱痛), 두무냉통(頭無冷痛)’(머리는 시원하고, 배는 따뜻해야 아프지 않다는 뜻)으로 따뜻해야 할 복부가 차가워지면 배탈이 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찬 음식에 배탈이 나는 건 아니다. 그럼 어떤 체질이 유독 취약할까?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이 주로 이에 해당된다. 다른 체질보다 복부가 차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찬 음식에 더욱 민감하다. 특히 여름철은 찬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 배탈도 더 잦다. 그러면 다른 체질은 찬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체내 소화 효소는 35-40도 사이에서 원활하게 분비되는데 차가운 음식에 소화기관의 온도가 낮아지면 소화 흡수가 원활하지 못해 누구든 배탈이 날 수 있다.
‘소음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방 진료를 통해 정확한 감별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하체에 비해 상체가 약하고 속이 차고 체력이 약하며 피로감을 잘 느끼고 수족냉증에 알레르기 질환이 잘 생기면 ‘소음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약 27%가 소음인으로 보고되었다. 그만큼 여름철 찬 음식으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한방치료가 도움
치료는 ‘소음인’ 체질에서 많은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설사, 복통) 개선을 중점으로 한다. 여름철 찬 음식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기능을 강화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한약 치료가 우선이 된다. 백출, 육계, 복령, 감초, 곽향, 진피 등이 대표적인 약재다. 더불어 속을 따뜻하게 하는 뜸 치료(배꼽 아래의 관전, 배꼽 주위의 기해)와 막혀있는 기운을 풀기 위해 합곡(손등에서 엄지와 검지가 만나는 지점), 내관(손목 중간에서 팔 쪽으로 5~6cm 떨어진 지점), 태백혈(엄지발가락 안쪽 발바닥과 만나는 지점)등 부위에 침치료를 같이 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소화기보양클리닉 고석재 교수는 “‘과민성 장 증후군’에 대한 한약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며 “장내 유익한 세균이 증가해 장기능이 향상됨으로써 ‘과민성 장 증후군’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여름철 찬 음식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이왕 찬 음식을 먹고 싶다면 메밀, 콩국수 등에 파전과 오이를 곁들이면 좋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소음인’의 경우 속을 따뜻하게 하는 추어탕, 삼계탕, 대추, 마 등이 여름철 추천 보양 음식이다.
고 교수는 “여름철 찬 음식에 잦은 배탈로 고생한다면 한의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의 체질을 정확히 감별해 볼 필요가 있다.”며 “배를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들이고, ‘과민성 장 증후군’에 효과적인 한약 치료로 찬 음식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혹시 나도 ‘과민성 장 증후군’ ?(아래 중 5개 이상에 해당되면 상담 필요)
1. 설사 또는 변비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2. 배가 자주 아프거나 그득한 편이다.
3. 차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을 가는 편이다.
4.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가 발생한다.
5. 평소에 트림이나 방귀 증상이 많은 편이다.
6. 소화가 되지 않은 대변을 자주 본다.
7. 대변에 끈적거리는 점액이 자주 보인다.
8. 배에서 물소리나 장이 움직이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9. 갈비뼈 아래나 옆구리가 답답하고 불편한 증상이 있다.
10. 평소 얼굴색이 누런 편이거나 좋지 않다.
11. 평소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