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장바구니]①"수익률을 지켜라"…낙폭과대주 매집

by박형수 기자
2016.04.06 08:07:24

실적개선주 위주로 포트폴리오 재정비
지난해 많이 오른 제약·바이오·화장품 비중축소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 취임후 보수적 운용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이끈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투자내역을 공개했다. 지난해 빠르게 주가가 오른 제약·바이오·화장품주 비중을 줄이고 낙폭 과대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에도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식품주도 비중을 높였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1분기에 하이트진로 DGB금융지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삼양사 대한항공 엔에스쇼핑 등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6.05%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하이트진로에 대해 증권가는 지난해 말 소주가격을 올리면서 올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트진로 주가는 올들어 17.5% 올랐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4481억원, 영업이익 307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16.8%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삼양사도 올해 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장사 가운데 하나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 안정화에 따라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며 “엔지니어 플라스틱(EP)은 이익률을 유지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분석했다. 삼양사는 설탕, 밀가루, 유지 등을 생산하는 식품부문과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화학부문으로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올 1분기에 삼양사 지분 5.05%를 신규로 취득했다.



올들어 빠르게 주가가 반등한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쇼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21일 장 중 한때 2만2850원을 기록했다. 200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이후로 빠르게 반등했다. 3개월 만에 주가는 29.5% 올랐다. 해외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객부문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1분기에 대한항공이 깜짝 실적을 달성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같은 관점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제주항공도 국민연금의 신규 편입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한솔테크닉스 지분을 10.01% 보유한 것도 특징적이었다. 올초 한솔테크닉스 주가는 40% 이상 급락했다. 연초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외국인이 보유 지분을 축소하면서 주가가 과도하게 내렸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외주 생산을 전담하는 한솔테크닉스 베트남법인의 성장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도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여준 효자종목 가운데 하나다. 올들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주가는 25.1% 올랐다. 기존 지분 보유 상장사 가운데 농심홀딩스 농심 대상 풀무원 GS리테일 사조산업 신세계푸드 강원랜드 등 내수주가 눈에 띄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종목에 대해서도 지분을 늘렸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늘린 상장사와 관련해 증권업계는 수익률 방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풀이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두고 국민연금이 내홍을 겪었다”며 “강면욱 신임 본부장이 2월 취임한 뒤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금운용본부를 개편한 것을 보면 2분기에도 안정적인 운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 본부장은 지난 1일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개편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분석과 자산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운용전략실에 전략리서치팀을 신설하고 리스크관리센터는 증권리스크관리팀·대체리스크관리팀·성과분석팀으로 재편했다. 해외증권실 해외주식팀을 위탁팀·직접팀으로 분리하고 대체투자실에는 대체투자관리팀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