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용무 기자
2009.02.24 08:43:03
벌금·과태료, 민형사상 책임 등 뒤따라..'불가능'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여자친구와 둘만의 쇼핑을 위해 백화점 화재비상벨을 누르고, 통째로 백화점을 빌리는 일이 가능할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式 쇼핑`이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일들이 벌어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어마어마한 벌금과 과태료, 그리고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현대백화점(069960)은 24일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세 가지(▲비상벨을 눌러 손님을 내쫓았을 경우 ▲백화점이 휴점일에 특정인에게 문을 열었을 경우 ▲정상 영업일에 휴점 공고를 내고 해당고객만 입점시켰을 경우) 상황의 예로 들어 기회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목동점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비상벨을 눌러 손님을 내쫓았을 경우 '약 17억3200만원+ α '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일단 거짓으로 비상벨을 누른 당사자 경우 '소방기본법'·'업무방해죄(형법)'·'공무집행방해죄(형법)'·'주거침입죄(형법)'가 적용돼 최대 3200만원의 벌금(과태료)과 형사 책임을 묻게 된다.
형사 책임과는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도 남아있다. 화재비상벨 작동시부터 영업 종료시까지 얻을 수 있었던 매출액이나 고객 컴플레인 처리비용(교통비 환불 요구 등) 등을 기준으로 하면, 약 17억원(목동점 일평균 매출)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고객 컴플레인 처리비용까지 합한다면 금액은 더 많아질 수 있다.
해당고객들의 쇼핑이 가능토록 판매 대기상태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산정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은 비용이 산출되진 않는다. 다만, 매장 응대에 따른 2000만원이 넘는 직원 인건비과 수도광열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
식품매장과 가정용품 매장을 제외한 나머지 패션·잡화 매장만 운영하고, 각 매장별 응대인원을 아르바이트 사원으로 대체했을 경우를 기준으로 잡으면 대략 2195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목동점 내 명품·여성의류·남성의류·스포츠·잡화 등 439개 매장당 아르바이트(일당 5만원) 직원 1명이 대기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여기에 하루 평균 수도광열비(970만원)를 포함시키면 약 3000만원 정도가 든다.
휴점일이 아닌 정상영업일에 '특정고객'만을 위해 오픈할 경우 하루 평균 매출을 부담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갑작스런 휴점을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 비용과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고객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위로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
먼저 지난해 목동점 연간 매출(5911억원)을 영업일(350일)로 나눈 일평균 매출은 1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임시 휴점일을 고지하기 위해 전단 20만부(1000만원)를 발행하고, 약 10만명의 고객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 비용(150만원, 건당 15원 기준)이 추가된다. 또 당일 백화점에 방문하는 고객(2만5000명)에게 교통비(2억5000만원, 1만원 기준)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더하면 총 19억6150만원이 기회비용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 역시 고객컴플레인 비용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은 더 많아질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세계 정상급 연예인 내방시 국내 기획사에서 안전사고 등을 고려해 백화점 폐점후 1∼2시간 해당 스타를 위한 쇼핑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있지만 매번 정중히 거절했다"며 "드라마속 장면은 환타지일 뿐, 실제 진행은 사회정서·비용·백화점 이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