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 대탈출

by조선일보 기자
2006.08.07 08:58:28

“국내선 규제 못견디겠다” 상반기 해외 직접투자, 작년 전체의 2배
빌딩 사고, 펀드 운용하고… 금융권·개인도 속속 해외로

[조선일보 제공] 정부의 국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업체가 해외로 몰려가고 있다. 또 금융권과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부동산·건설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올 상반기에만 14억2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한 해 전체 투자액인 6억 달러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대기업들, 기반시설 해주며 해외 개발사업

포스코 건설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시 외곽을 연결하는 27.8km의 고속도로(공사비 3억5000만달러)를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신도시 개발권을 획득했다. GS건설도 베트남 호찌민시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최대 왕복 12차선 14km(공사비 2억8600만달러)를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110만평의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건설업체들은 신도시의 도로, 공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비도 부담한다. 중국 선양에서 5000여 가구의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고 있는 ㈜SR개발도 오는 9월 중에 선양 국제비즈니스타운을 착공한다. 66층의 초고층 빌딩과 호텔, 주상복합, 오피스 등 연면적 35만평의 복합단지이다.

우림건설은 중국 상하이 인근 쿤산시에서 올 하반기 중 1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신일은 중국 상하이에서 백화점·오피스텔·상가·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복합건물을 다음달 착공할 예정이다.

반도건설과 성원건설을 중심으로 두바이와 카자흐스탄 등지로 진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 연구소장은 “국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해외진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해외부동산 진출 잇따라

맵스자산운용은 최근 홍콩 현지법인을 통해 상하이 푸둥지구의 오피스 빌딩을 2800억원에 구입했다. 이 오피스빌딩은 지상 33층 규모로 오는 2008년 완공될 예정.

KB자산운용은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를 준비 중이다. 동양투신운용도 중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도 해외부동산 투자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국 부동산과 캐나다 부동산 투자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강남에 ‘글로벌센터’를 개설, 해외부동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해외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주는 ‘해외부동산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해외업체 국내 투자자 공략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사이에 외국 부동산업체는 개인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자율화 조치를 겨냥, 국내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미국 주택건설 실적 1위의 센텍스는 한국대리점을 통해 워싱턴DC 등의 주거용건물(3억~10억원)을 분양 중이다. 필리핀의 아이알라(Ayala), 록웰(Rockwell)그룹도 한국의 분양대행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가를 대상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분양대상 건물은 메트로마닐라 마카티 시(市)에 건설된 주상복합아파트인 ‘세렌드라(One-Serendra)’와 ‘호야(Joya)’ 등 모두 1970여 가구. 분양가는 52평형이 2억5000만~3억1000만원, 72평형은 4억원 선. 국내 부동산개발회사들도 필리핀, 두바이, 중국 등에서 아파트, 빌라 등을 건설해 한국 투자가를 대상으로 분양 중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해외부동산 투자가 앞으로도 급증할 것”이라며 “미국 등 해외부동산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어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투자를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