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양극화 심각…대기업 임금 인상분 일부, 하청업체와 나누자"
by서대웅 기자
2025.05.02 05:00:00
[만났습니다]①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대기업·중소기업 불공정 경쟁 만연
단가후려치기·中企기술 탈취 막아야
주4.5일제, 노동시간 단축이 핵심
노란봉투법 통과땐 '파업공화국'?
되레 불법파업 줄고 대화 물꼬 트일것"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자본 간 불공정 경쟁에서 파생된 문제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판을 짜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장관급 파트너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며 주 4.5일제부터 정년연장 등 노동 관련 정책 공약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사회보장 강화와 포용적 임금협상 확대를 제언했다. 포용적 임금협상이란 대기업 노사가 임금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하청업체 노동자를 위해 쓰자고 합의하는 것이다. 현대차, SK하이닉스, 금융노조 등 일부 대기업 노사와 산별노조가 포용적 임금협상을 하고 있다.
주 4.5일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없이 일수만 줄이는 제도에는 반대했다. 그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도 “장시간 노동만큼 노동자를 괴롭히는 게 ‘불규칙성’”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불법 파업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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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노동을 공격하고 배제했으며, 혐오와 탄압을 일삼으며 노동자를 길들이는 정책만 했다. 개혁 정책을 펼 땐 신중한 사회적 합의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초반엔 의견 경청조차 안 했다. 장관이 나중에 잘못 얘기했다고까지 하고.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저희가 최근 21대 대선 정책요구를 확정한 바 있다. 총 63개 과제로 구성됐는데 이중 7대 핵심 요구사항이 있다.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노동권 보장, 노조를 할 수 있는 권리보장 및 사회연대 교섭체계 확립,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주 4일제 도입 및 장시간 노동 근절, 보편적·포괄적 사회보장제도 강화, 노후소득·돌봄·의료의 공공성과 국가책임 강화, 노동헌법 개정 및 경제민주화다.”
“거창한 말인데, 쉽게 풀면 잘나가는 노동자 있고 못 나가는 노동자 있는 거다. 어떤 사람은 억대 연봉 받으며 보장된 일자리에서 정년 때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지저분하고 안전하지도 않은 일터에서 장시간 일하며 쥐꼬리만큼 월급 받고 사회 냉대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화가 점점 심해진다는 건데, 구조와 이유를 봐야 한다.”
“노동자 간 이중구조는 기업 간, 즉 자본의 이중구조에서 파생된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할 때, 대기업이 경쟁력의 우위를 갖고 있어도 반칙 없이 정당하게 이윤을 가져가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자기들 이익이 줄어들 거 같으면 단가를 후려친다거나, 중소기업이 뭔가를 개발했는데 이를 가져가고, 중소기업이 개발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공정한 요소가 만연해 있다. 반칙하지 말고 공정하게 경쟁하라는 거다.”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최소한 인간적으로 살 수 있게 하는 기준을 우리 사회가 합의해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각자 나름대로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하는데, ‘포용적 임금 협상’이 더 확대되면 좋겠다. 노사가 임금 협상분의 일정 정도를 떼 더 열악한 노동자들한테 쓰는 거다. 금융노조 같은 곳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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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국민의힘은 일수만 줄이겠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 없인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 악순환 고리에 갇히게 된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서 찾아야 하나.”
“노동시간에서 중요한 건 안정성이다. 일을 세게 했다가 나중에 약하게 하고, 이게 반복되는 걸 두고 불규칙하다고 말한다. 장시간 노동만큼이나 노동자를 괴롭히고 병들게 하는 게 불규칙성이다. 그래서 저는 단호히 반대한다.”
“노동시장에 머무는 노동자가 많아지면 진입하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청년들 입장에선 당연히 우려하지 않겠나. 그러나 청년 고용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짚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라거나 안정된 일자리에 청년 고용이 어려운 주된 이유가 있다.”
“대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안 뽑고 경력사원이나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이게 점점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 고용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경력을 주로 뽑을까. 경제가 살아나야 산업이든 인력이든 육성할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또 교육과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내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못 갔다. 기술도 못 배우고 창업자금도 없어서 실업자로 빙빙 돌다가 일하기 싫은 공장에 가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거 같다. 또 대기업에 가야만 칭찬받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도 정체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
“그건 봐야 한다. 무조건 수용할 순 없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전 민주당 정책 방향이 한국노총과 똑같진 않지만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큰 차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집권 가능성이 커지니까 정년 문제에선 방향을 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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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숙려 기간을 너무 많이 거친 것 아닌가. 아주 오래전 대두된 문제다. 그래서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을) 몇 번씩 통과시킨 것 아닌가. 모든 법이 그렇지만 노동법 역시 사회 변화보다 늦다. 현행 노조법은 사회적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자 측에서 수백 개 하청을 상대하느라 1년을 보낼 거라고 하는데, 그러면 하청 두지 말고 직접 고용하면 되지 않나. 왜 편리한 것만 다 누리려 하나.”
“요새 파업을 보면, 아주 잘 나가는 회사 몇 군데 빼면 임금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 고용 문제, 구조조정 문제로 파업하고 투쟁한다. 그리고 불법 파업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청 노동자들이 자기네 사용자한테 아무리 말해도 하청 사장이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 전속성 없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단결권조차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소연하고 싶어도 풀 데가 없는 거다. 이들이 모여서 원청에다 얘기하고 파업하면 지금은 불법인 거다. 불법 파업을 하면 막 가게 된다. 어차피 불법이니까. 합법 파업을 하면 상호 간 대화가 생긴다. 극하게 대립할 때 노조는 위협적인 존재지만, 평상시엔 사용자한테도 득이 되는 존재다.”
△1967년 경기 안성 출생 △안법고등학교 졸업 △중앙대 경영학과 독학사과정 수료 △일동제약 입사 △일동제약노조 위원장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제조연대 공동대표 △제27·28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