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끌고 온다고? 돈 내"…뉴욕 '혼잡통행료' 물린다
by김상윤 기자
2023.12.10 11:19:52
[미국은 지금]맨해튼에 美 최초 혼잡통행료 시행
중심부 진입 시 승용차 15달러…택시·우버도 부과
교통체증·공기오염↓ vs 주민부담↑·풍선효과 우려
런던, 초기엔 성공했지만…우버·배달트럭에 교통량↑
세계 최악 교통체증 사라질까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가 내년 봄부터 핵심 상업지구인 맨해튼 중심가에 진입하는 승용차에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본격화하자 뉴욕시와 인근 뉴저지주 등 간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혼잡 통행료 부과로 교통체증 및 공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지나친 요금에 따른 부담증가와 함께 타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뉴욕시 맨해튼 상업지구 일대에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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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뉴욕주에 따르면 뉴욕시 교통국(MTA)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뉴욕시는 맨해튼 60번가 남쪽의 타임스퀘어, 월가(街) 등을 포함하는 중심부로 진입하는 길목마다 톨게이트를 설치해 혼잡 통행료를 받는 안을 승인했다.
CBS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MTA는 이 지역에 진입하는 승용차 한대당 15달러의 통행료를 매번 부과한다. 소형트럭은 24달러, 대형트럭은 36달러다. 대중교통인 버스와 경찰·구급차 등만 제외될 뿐, 택시나 우버 등 승차 공유 서비스에도 각각 1.25달러, 2.5달러 통행료를 물린다. 미 도시 중 최초의 혼잡 통행료다. 4개월간 공개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면 내년 4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뉴욕시가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맨해튼으로 유입되는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매연·소음 등을 줄이면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다. 뉴욕시는 연간 10억달러 가량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를 노후화된 지하철 정비사업과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등에 투입하겠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대부분 직장인은 뉴욕시 외곽과 인근 뉴저지·코네티컷주에 살고 있어 반발이 심하다. “또 하나의 세금이 추가됐다”며 볼멘소리를 나올 정도다. 현재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량·터널을 지날 때마다 17달러를 내고, 여기에 도심 주차료만 반나절에 40~60달러를 내고 있는데 혼잡 통행료까지 더해지면 많게는 하루 100달러 이상을 지출할 수도 있다. 혼잡 통행료 승인 직후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뉴욕시의 돈 강탈(money grab)”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특히 하루에 여러번 배송을 해야 하는 트럭의 경우 중심부로 진입할 때마다 혼잡 통행료를 내야 하는 만큼 배송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뉴욕시의 의도와 달리, 맨해튼을 거치는 대신 뉴욕 브롱크스, 퀸스로 돌아가면서 해당 지역의 교통난이 심화하고 오염물질 배출도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 경제사회정책 연구기관인 어번 인슈티튜트(Urban Institute)의 유나 프리마크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일부 모델에 따르면 맨해튼의 통행료 부과로 운전자들이 중심가를 회피하는 대신 브롱크스 등 외각 지역에 더 많은 교통량과 공기오염을 초해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있다”며 “맨해튼과 주변의 교통패턴이 어떤 식으로 재구성될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 뉴욕시 교통국(MTA)이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게 되면 뉴욕시 맨해튼에서 가장 붐비는 60번가 이하를 통과할 때마다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그래픽=C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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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 통행료는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과 스웨덴 스톡홀름, 싱가포르 등에서 이미 도입했다. 2006년 혼잡 통행료를 도입한 스톡홀름은 역시 시민과 기업, 소상공인들의 강한 항의가 빗발쳤지만, 시행 1년 후 교통량이 전년대비 22%나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이후 스톡홀름은 2007년 국민투표를 통해 혼잡 통행료 부과를 영구 제도화했다.
런던은 2003년 혼잡 통행료를 도입했고, 초기에는 교통량을 줄여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동시에 오염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입증됐다. 시행 후 1년간 교통량이 18% 줄었고, 교통체증도 30%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우버 등 차량공유서비스가 늘고 배달 트럭이 증가하면서 결국 교통체증은 다시 심화한 상황이다. 도입 당시에 혼잡 통행료는 6.32달러인데 현재는 최대 18달러95센트까지 치솟으면서 국민지지도 다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가장 빠른 1970년대에 혼잡 통행료를 도입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싱가포르대 경제학 교수인 월터 테세이라는 “차량이 상당히 늘어났지만, 혼잡 통행료가 도로의 교통 흐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혼잡 통행료만으로는 교통체증을 줄일 수 없고, 자동차 구매 대수를 제한하거나 위성을 통해 혼잡 지역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부과하는 게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지난 4월 17일부터 남산 1·3호 터널에 부과되던 혼잡 통행료 2000원을 한 달간 면제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 기간 남산 1·3호 터널 통행량이 14% 늘어나 혼잡 통행료가 교통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지자체도 도심 안에서 혼잡 통행료 징수 구간을 늘리거나 기존 통행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