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 혼돈의 이태원 ‘구급 단톡방’

by송혜수 기자
2022.11.09 07:45:1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관계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메신저에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구조 현장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혼란이 거듭되던 정황을 보여주는 구조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지난 8일 공개됐다.(사진=신현영 의원실 제공)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긴급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라며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참사 발생 2시간 24분 후인 지난달 30일 오전 1시 39분 소방청 직원은 “망자 관련해 남은 30여명을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하냐”라고 물었다.

중앙상황팀 관계자는 “이러지 마시라.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마시라.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한다”라고 답했다.

1시 45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 직원은 “사망 지연 환자 이송 병원 선정을 요청한다”라고 했고 중앙상황팀에서는 “저희가 안 할 거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3분 뒤 대화방에는 노란색 점퍼를 입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진과 함께 “복지부 장관님 나오셔서 현 상황 브리핑받고 계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신 의원은 조 장관에게 “권한을 사용해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이송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참사 현장에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현장에는 있는데 역할을 하지 못한 유령과 같은 존재였다”라고 지적했다.



또 당시 조 장관이 노란색 민방위복에서 녹색 민방위복으로 갈아입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점퍼를 바꿔입는 일이 우선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장관은 “매뉴얼상 현장은 긴급구조통제단장, 소방서장 통제 하에 현장의 응급 의료소장이 지휘하게 돼 있다”며 “시신은 원래 임시 영안소에 안치되지만, 이 경우는 너무 사람이 많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 시신이 몰린 경향이 있으나 그것으로 인해 응급환자 치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신현영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재난의료지원팀(DMAT)으로 지원하는 모습 (사진=페이스북)
신 의원은 참사 발생 약 1시간 뒤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29일 오후 11시 10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측에서는 ‘해밀톤호텔 후면 쪽에 다수 사상자 발생’ 사실을 알렸고, 이어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의료소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중앙상황팀 직원들은 11시 41분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못 시킨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 진입을 못 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신 의원은 “서울 한가운데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해 모든 의료 지원을 다 투입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의료진조차 진입을 못 한 지옥이 펼쳐졌다”며 “그곳에 정부가 있었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7차례에 걸쳐했다는 어떤 지시도 당시 상황을 총괄하는 온라인 상황실에 공지되지 않았다”며 “DMAT 출동을 지시한 시점에는 이미 5개의 DMAT가 출동한, 그야말로 ‘뒷북 지시’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