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M&A 키워드]오라클이 서너 인수한 이유는 ‘클라우드’
by김무연 기자
2022.01.30 11:40:00
전자의료기록업체 서너 약 34조원에 인수
서너 발판 삼아 의료 클라우드 시장 공략 나설 예정
현재 시장 점유율 2% 불과…반등 위한 변화必
IBM, 헬스케어 접목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인터넷상의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네트워크 지원 및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합니다. 전세계의 컴퓨터와 모바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개인 전자기기에 저장을 하는 방식 대신 대형 서버에 접속해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빅테크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장 우리가 세계 제일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알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이익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AWS’로부터 나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우 시리즈로 알려진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매출 비중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즉, 빅테크 기업에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성장과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영역으로 자리잡은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오라클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여전히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양사를 합한 것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많은 곳이 오라클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빅테크 기업의 가장 ‘핫한’ 먹거리로 떠오른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오라클의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현재 클라우딩 컴퓨터 시장은 AWS가 33%의 비중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는 가운데 2위 MS의 애저가 20%로 뒤를 좇는 모양새입니다. 사실상 두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죠.
반면, 오라클의 시장 비중은 2%에 그치고 있습니다. 올해 전세계 클라우딩 컴퓨터 시장의 규모가 55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되는 상황에서 오라클로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은 지난해 전자의료기록(EHR)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두 업체인 서너를 인수했습니다. 서너는 병원과 의사들이 의료기록을 저장·분석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인수금액만 283억 달러(약 33조7500억원)으로 오라클 창립 이래 진행한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오라클이 서너를 인수한 이유는 다름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입니다. 오라클은 EHR 시장에서의 서너의 지배력과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 봤습니다. 서너가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오라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옮겨오면서 헬스케어 시장에서 오라클의 입김도 강화한단 취지죠.
특히, 향후 헬스케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해당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게 오라클의 의도로 풀이됩니다. 헬스케어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석권해 두면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가 신장함에 따라 오라클의 영향력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는 “오라클은 헬스케어에 눈독 들이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은행 업무와 비견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빅테크 업체들은 헬스케어 시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MS는 환자가 인공지능(AI)과 실시간으로 건강 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꾸리기 위해 음성인식 기술 기업 ‘뉘앙스’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오라클의 이러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IBM이 왓슨 헬스 데이터 및 분석 제품 자산들을 사모펀드인 프란시스코 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헬스케어 산업에서 철수한 탓입니다. IBM는 10년 전부터 다양한 헬스케어 분석 업체를 사들였지만 결국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오라클이 내놓은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접목은 사실 IBM이 지향하던 사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라클로서는 IBM이 의료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풍부한 검진 자료를 보유하고 사업성이 검증된 서너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