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때린 유럽산 철강관세 바이든이 풀었다…한국에는 불리

by김보겸 기자
2021.10.31 10:57:21

미-EU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하기로 합의
트럼프 행정부때 "국가 안보 위협한다"며 부과
유럽에 보복관세 당한 할리데이비드슨 환영
70%만 수출하는 한국 수출경쟁력에 불리할수도

30일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해묵은 갈등 뇌관 중 하나를 제거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해소하면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철강 관세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을 순방 중인 기간에 맞춰 오랜 무역 갈등 사안 중 하나를 해소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정책은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됐다.



발끈한 EU도 반격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와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보복관세 적용 방침으로 맞대응하면서다.

다만 미국은 이번 합의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은 “EU가 그 대가로 보복관세를 철폐할 것이며 공급망에 부담을 덜어주고 비용 상승세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뎀시 미국 철강연구소 회장도 이번 협정이 “(유럽산) 철강 수입이 급증해 우리 산업을 저해하고 선량한 미국 일자리를 파괴하는 일을 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보복관세 대상이었던 할리 데이비드슨도 이번 소식을 환영했다.

한편 이번 합의는 한국 수출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까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쿼터제를 택했다. 한국은 평균 물량의 70% 이상을 수출할 길 자체가 막혀 있지만, EU는 330만톤을 무관세로 수출하고 그 이상 물량에 대해서는 일정한 관세를 내면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