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과 따로 노는 中 증시…韓경기·증시에 부담"

by이은정 기자
2021.07.07 08:01:26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중국 증시, 미중 갈등·빅테크 규제에 디커플링 현상 심화
시진핑 美강경노선·디디추싱 당국 규제 현실화
"한국의 대중국 수출·외국인 자금 유입에 부정적"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중국 증시가 미·중 갈등, 당국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 심화 등으로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종화) 현상을 보이면서 국내 경기와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반기 대중국 수출과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중국 증시만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부진 배경에는 누차 지적되어왔던 미·중 갈등 및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중요 요인이지만 최근에는 증시 불안을 자극할 수 있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이후 상승폭이 약 1.7% 수준에 불과하고 CSI300지수는 연초 대비 약 2.5%의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 국내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각각 15.6%, 15.5%와 15%의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우선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설은 대미 관계의 악화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평이다. 그는 기념 연설에서 “외부 세력이 중국을 압박하고 괴롭히면 14억 인민이 만든 강철 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 흘릴 것”이라고 언급하고, 대만과 홍콩 문제에 외국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미·중 갈등 우려를 재차 금융시장에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도 심화됐다. 알리바바에 이어 또 다른 플랫폼 업체로 ‘중국판 우버’로 지칭되는 디디추싱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현실화됐다. 중국 정부는 개인 정보수집, 사용규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을 이유로 구글플레이 등 앱 마켓들을 상대로 디디추싱 앱을 제거하라는 명령과 함께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모집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원만만, 훠처방과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BOSS즈핀 3개 업체에 대해서도 추가로 국가보안법 위반 심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 등 대형 플랫폼 업체에 대한 강력한 강공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욕거래소에 상장을 강행해 중국 ‘반미 노선’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난해 말부터 시진핑 체제 혹은 중국 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인터넷 공룡기업’ 즉 빅 테크 업체 길들이기의 연장선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는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디디추싱 등과 같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민감한 정보와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했다. 일련의 비트코인 채굴 금지와 같이 중국 체제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용인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체제 보호 의지를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중 갈등, 빅테크 이슈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 모멘텀도 예상 외로 빠르게 둔화, 중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6월 차이신 서비스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0.3으로 전월에 비해 4.8 하락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영향도 일부 작용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중소 기업들의 경쟁력 악화 그리고 중국 정부의 긴축기조 강화 등의 영향 등으로 내수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오히려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의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 현상은 조기에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내 증시와 경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 전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증시 불안이 추가적인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하반기 중국 경기 모멘텀 약화에 따른 수입 수요 둔화가 국내 대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실제로 국내 수출 경기가 강한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지만 6월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월 14.3%로 전체 수출증가율 39.7%와 대미 증가율 51.9%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출증가율을 보인다”며 “기저효과 소멸 등의 효과도 일부 작용했지만 대중 수출 모멘텀이 다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경제와 중국 경제간에 여전히 높은 상관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모멘텀 약화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미·중 갈등과 빅테크 규제는 다소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중국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글로벌 경기 호조, 코로나19 확산세 진정 이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기대와 함께 하반기 중국 내 물가압력 완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 정부의 긴축강도 완화 가능성은 하반기 중국 증시와 경기사이클의 모멘텀 회복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