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갑질 면죄부값 1000억 내놨다…아이폰수리·보험료 10% 할인
by김상윤 기자
2021.02.04 06:56:01
공정위, 애플 자진시정안 확정
과징금 부과없이 상생기금 받아
통신사 '갑질 계약'도 수정키로
구글 '갑질'도 상생안 도출 관심
[이데일리 김상윤 장영은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에 아이폰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은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내놓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아이폰 사용자는 수리비·보험료 10%를 할인받고,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100억원 규모의 디지털기기와 콘텐츠를 제공받는다. 중소기업이 스마트 제조에 나설 수 있는 연구개발(R&D) 지원센터도 설립된다. 통신사 역시 애플과 ‘갑질 계약’을 수정하고 애플과 대등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애플은 우선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제시했다. 이 금액은 △유상수리 비용 및 보험비(애플캐어 플러스) 할인(250억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400억원) △공교육 분야 디지털 교육 지원(100억원) △개발자(디벨로퍼) 아카데미를 통한 미래 인재 양성(250억원) 등에 쓰인다. 기존·신규 아이폰 사용자는 유상수리 비용과 함께 보험상품에 대해 10% 할인혜택을 받는다.
애플의 ‘갑질’ 논란을 일으킨 계약서도 수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간 일방적으로 통신사가 냈던 광고기금도 분담하고, 이를 활용할 때도 양사간 협의를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애플에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통신업계는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수용하면서도 실제 계약조건이 개선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전과 달리 공정위의 감시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이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상황에서 공정한 계약이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향후 IT분야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보다는 동의의결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애플과 유사한 ‘갑질’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인 구글코리아가 동의의결안을 제시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으로도 신속한 경쟁질서 회복과 소비자 피해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동의의결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져 과징금을 물리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전액 국고로 귀속되지만, 기업이 자신시정안을 내면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구제하는 장점이 있다.